조 훈 서정대학교 교수

대학의 입시전형은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눈다. 그중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 교과전형은 수시입시의 대명사이고 이 두 개의 전형은 수시입시의 7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전형이다. 24.3%를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보다는 모집정원이 적지만 고등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최근 ‘학종 대세’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들리고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1학년 때부터 학생부 기록 관리에 교사와 학생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사실 전체 입시비중으로 보나 대학입시에서 여전히 주변인인 전문대학입시에서 보면 1학년 때부터 하는 학교생활 기록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학생부를 관리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공부에 집중해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거나 모의고사를 준비해서 수능점수를 잘 맞는 것이 입시에서만 본다면 좋은 전략이다.

과거 EBS입시분석가로서 tbs ‘상담받고 대학가자’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필자에게 전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입시컨설팅을 의뢰한다면 ‘학생부 기록 관리보다는 공부만 하면 원하는 전문대학을 갈 수 있다’고 조언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나의 이러한 예측은 보기 좋게 깨졌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관리가 단순히 입시 준비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받고 자라온 학생들은 이제 진로체험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이 몸에 배 아주 자연스럽게 교육과정 속에 진행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현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뿐만 아니라 과목교사들도 ‘학종 대세’인 요즘 신학기부터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입시실적을 강조하는 학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성적을 가지고 학교생활기록부를 관리했던 방법은 이미 먹히질 않는다. 공부를 조금 못하더라도 동아리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창의적 체험활동이 좋은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입시를 위해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꿈이 분명하게 잡힌 아이들은 대학입시 실적과 관계없는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 충남 S고를 졸업한 정도현 학생은 올해 연암공과대학 조선자동차항공기계계열에 입학했다. 정도현 학생은 4년제 대학인 건양대 의료디자인과와 목원대 도시설계관련학과에도 합격을 했다. 그러나 그는 전문대학인 연암공과대학을 선택했다. 선택의 이유는 전문대학을 가는 것이 ‘취업과 편입’이라는 관점에서 선택의 폭을 넓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김민기 학생은 입학한지 얼마 안됐지만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이야기 한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김민기 학생은 올해 한국영상대학 광고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김민기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학을 생각했다. 이번 입시에 지원한 학교도 서울예술대학과 동아방송예술대학 등 전문대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기 학생은 1학년 입학 때부터 학교의 ‘방송미디어’ 동아리 활동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열심이었다. 학생은 경기대 UCC행사, 충남서북부 인권영화제 등에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가지고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도 비교과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필자가 인터뷰한 두 학생 모두 부모님이 절대적인 믿음으로 지지 해줬다고 말한다. 단순히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입시를 위한 학생부 기록 관리가 아니라 꿈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일찍부터 진학의 목표를 전문대학에 두고 준비해오는 과정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사례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입시에 따라 진로도 바뀌고 공부하는 과목도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입시전문가의 시각일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 ‘아랍어’선택이 제2외국어 과목에서 가장 많은거나, 과거 한국사가 필수가 아닐 때 서울대학 입시에서 반영되는 한국사 때문에 서울대학을 지원하지 않은 학생들이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기피했던 현상은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

그런데 이제 진로교육이 학교 안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선택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진로를 정하고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 입시를 학교나 입시전문가 아니면 교육부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진로교육의 효과가 시나브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의 진로선택의 중심에서 학과 운영 전략과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는 길이 되고 있는 것이다. 

▲ * 자료: 2019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의 특징,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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