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며 갈등이 자주 촉발한다지만, 고등교육 재정을 논할 때마다 한목소리로 외치는 정책이 있다. 바로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이다.

16일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교부금법과 사립대학 재정지원 특례법 입법 관련 세미나가 열린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결코 현실과 유리된 주장이 아니며 대학 사회에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법안이라는 점을 재차 짚고, 이를 실제 입법과 시행까지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논의가 무엇인지 힘을 모으는 자리로 마련된다.

워낙 오랜 세월 외쳐왔던 숙원이고 국회가 바뀔 때마다 발의됐지만 입법은 번번이 무산됐다. 재원 확보 방안부터 매년 재정지원이 법제화될 경우 국가 예산에 부담을 끼친다는 점, 사립대까지 재정을 지원해야 하겠느냐는 시선이 법제화 논의를 어렵게 만들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줄곧 주창해왔던 정책이다. 한창 반값 등록금 시위가 정치권에서 이슈가 됐을 당시 2012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야당 제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내국세의 8.4%(2017년 기준)를 초·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교부금으로 지원해 등록금 수준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재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부실대학과 비리사학에 대한 지원은 제한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월 주장한 재원도 내국세 8.5% 수준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박근혜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고 소득과 연계한 국가장학금 정책을 실시할 당시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비판해왔던 야당이 여당이 된 뒤에는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유지하고, 전체 대학 중 상위 70% 이내만 일반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해 종료되는 특수목적사업 예산보다 커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고등교육 재정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무는 여전히 낮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대학들은 입학전형료와 입학금도 폐지·축소하기로 했다. 누구나 국내 대학 재정구조를 들여다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임에도, 그 비난의 화살은 정부와 국회가 아닌 대학에 돌아갔다. 고등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프랑스와 독일 모델을 부러워하지만 국립대가 전체 대학의 20% 수준이고, 등록금마저 무상이 아니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는 현실이다.

혹자는 ‘사립대학에 왜 재정을 지원해야 하느냐’며 팔짱 낀 채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을 비롯한 여러 법안에는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을 명기하고 있다. 그뿐인가. 정부는 최근까지도 국정과제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다. 9년째 등록금 법정상한율과 상관없이 책정 권한도 제한해왔다.

이미 사립대 역시 고등교육 단계의 공교육을 하는 기관이며,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사립대가 정부 시책에 동참하고 호응할 것을 요구하고 원한다면 정부는 사립대의 고등교육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편의에 따라 뗐다 붙였다 하는 ‘자율성’은 있을 수 없다.

예산당국의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인적 자원이 전부인 국가가 대학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다 결국 ‘싸구려’ 교육만 양산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때도 대학을 탓할 생각인가. 이제는 정부와 국회, 대학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전향적인 검토와 결단이 이뤄져야만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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