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의과대학 정 상 혁 교수(예방의학)

얼마전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원 조정 대한 정책이 대통령직속 의료발전특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께 제출되었다. 이 안이 언론에 발표되자 바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감원불가'를 선언하면서 논쟁이 일어나자 대학당국들은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대하여 궁금해 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32조와 시행령 제28조를 보면 일반 대학의 학생정원은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하여 학칙이 정하는 모집단위별로 학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시행령 제28조 3항을 보면 몇몇 모집단위별 입학정원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그중 의료인(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의료기사, (한)약사 인력의 양성과 관련된 모집단위별 정원은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토록 되어 있다. 또한 시행령 제29조 3항을 보면 편입학 등 모집단위 이동 등에 있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토록 되어 있는 모집단위에 대해서는 입학정원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인력 양성에 대하여 국가의 관련부처의 장들이 협의를 하도록 명문화한 이유는 그동안 선진국들의 경험을 통해 살펴볼 때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은 부족해도 안 되고 너무 넘쳐나도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발전을 위하여 대통령께서 특별히 만든 위원회이며, 이 위원회는 경제계, 언론계, 법조계, 보건의료계 등 각계의 해당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산하 전문위원회를 두어 해당 사안들을 연구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서 결정된 정책안은 다시 한번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 확정하고 시민단체, 관련단체, 청와대 및 행정부처의 장들이 모여 이 정책안을 심의, 의결토록 하고 있다. 의결된 안은 바로 대통령께서 결심하시어 해당 정책집행부서로 전해져 정책이 실시되도록 하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10% 감원 조정에 대한 정책안은 전체 26명의 특위 위원중 보건복지부장관,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등을 포함한 참석위원 21명 전원의 찬성을 거쳐 통과된 것이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감원 조정은 미래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어떻게 보면 의사가 넘쳐나서 앞집에는 내과의사, 옆집에는 소아과의사, 뒷집에는 외과의사가 있어서 언제든지 아프면 찾아가 진료를 받고 또 이웃이라는 이유 등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더 없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정규모 이상의 의사인력 배출은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고 이는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인력계획과 이에 대한 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 문민정부 말기 신설된 의과대학들의 1기 졸업생들이 2년 전부터 배출되기 시작하여 올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선진외국에 비해 인구대비 의과대학 입학생수가 가장 많으며, 또한 인구대비 의과대학의 수도 가장 많다. 선진국들은 1984년을 정점으로 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의사인력 감축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2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이미 국내의 국책연구기관들에서 1995년 이후 의사인력의 잉여문제를 논의하였고, 199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600~640명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감원을 건의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2000년 8월 10일 보건복지부에서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2년부터 10퍼센트 감축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학병원의 환자 집중과 대기시간의 답답함. 병의원의 도시집중화. 의료인들의 불친절함. 얼핏 현재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의사의 수보다는 3저 정책(저보험료, 저수가, 저급여)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에 더 큰 원인이 있다. 향후 보건의료는 양의 문제보다 질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보건의료를 책임질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들은 미래를 위하여 질 향상을 위한 의학교육과정의 도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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