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대학교 윤석봉 씨(관광경영과 1)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인생 이모작 시대. 일반대학 교수 출신으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전문대학에 입학한 18학번 새내기가 있어 화제다. 거제대학교 윤석봉씨(관광경영과 1)가 그 주인공이다.

동의대 수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윤씨는 돌연 고향인 거제로 돌아왔다. 이곳에서도 본래 전공을 살려 자그마한 수학학원을 열었다. 그런 그가 평생 업으로 삼아왔던 ‘교육’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이였다. 현재 그의 나이는 58세.

“더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인생 이모작 시대를 맞아 어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할까 고민했죠.”

그는 남은 인생을 고향인 ‘거제’를 위해 살기로 했다. ‘관광’이라는 색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제까지 조선산업에 기대어 살아왔던 거제의 새로운 먹거리를 ‘관광’에서 찾은 것이다.

“옛날의 거제는 개도 1만원짜리를 안 물고 간다 할 정도로 조선소가 호황이었어요. 거제 경제의 70~80%를 조선소에 의존해왔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앞으로는 조선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옛날처럼 조선산업의 호황기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 대체할 만한 산업을 찾는 게 급선무죠. 여러 가지 대체산업이 있을 수 있겠지만 관광산업이 앞으로 거제를 먹고살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관광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지역신문에 ‘이제는 관광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욱 전문적인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에코투어리즘 등 관광산업과 관련된 자료를 혼자서 많이 찾아봤어요. 앞으로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었죠. 아무래도 혼자 이렇게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대학에 가서 전문지식도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때마침 거제의 유일한 지역대학인 거제대학교에 ‘관광경영과’가 개설됐고, 윤씨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해당 학과의 첫 번째 입학생이 됐다. 대학 강단에서 또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은 어떨까.

“고등학교를 막 졸업해서 대학생활을 했을 때는 사실 뭘 몰랐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재밌게 즐기고 싶어요. 나이가 있지만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와 옆에서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젊어지는 듯한 기분이죠. 또 입장이 바뀌면 거기에 맞춰지나 봐요. 가능하면 수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더라고요. (웃음)”

그가 앞으로 2년간의 대학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이 대학에 입학한 동기만큼이나 뚜렷했다.

“먼저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과 함께 거제 곳곳을 돌아보면서 어떤 것들을 관광 상품화할 수 있을지 토의해보고 정책 제안서를 만들어 거제시청, 거제시의회 등 관련 관공서에 제출하는 거죠. 이를 통해 해당 정책이 실제로 활용됐으면 해요. 또 학교기업을 통해 거제만의 특산물을 상품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먹거리산업 발전은 물론 주위의 나이 든 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어요.”

대학교수의 이력을 살려 교수와 학생들의 가교 역할도 멋지게 해내고 싶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관광산업에 대한 정책 제안서를 만들어보자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계시지만 막상 주저하시더라고요. 교수 생활을 하다보면 학교에서 내려오는 오더들도 있어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교수님 옆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그에게 당장 닥친 고민거리는 ‘시험’이다. 인터뷰 전날 국어·영어·수학 등 기초학력평가를 봤다는 윤씨는 “시험을 치면서 많이 떨렸다”고 전했다.

“앞으로 시험이 제일 걱정이에요. 대학 교수까지 한 걸 아는데 혹여라도 시험을 못 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당장 중간고사를 위해 열심히 하려고요.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요.”

윤씨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하는 건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대신 자기가 좋아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할 수 있죠. 일반대학이냐 전문대학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와 상관없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그걸 찾아서 배울 수 있고 자기 끼를 살릴 수 있는 학과라면 일반대학이든 전문대학이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서울대, 연·고대 등으로 목표를 잡기보다 내가 진정 즐길 수 있는 게 뭔지 한번 고민해 본다면 잘 선택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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