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입시TI P] 입시지도에서 4년제 대학의 개별성과 전문대학의 획일성
[전문대 입시TI P] 입시지도에서 4년제 대학의 개별성과 전문대학의 획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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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 서정대학교 교수

이달 12일 서울시교육청은 ‘2019학년도 대입진학지도방향’에 관한 지침서를 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의 진로진학상담센터 누리집(http://www.jinhak.or.kr)에 공지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서울시 교육청 관할 100여 명의 교사들은 대학의 진로진학지침서를 만들고 현장 교사들을 위해 대입지도용 자료집을 발간해서 공지한다. 진학담당 교사들이나 3학년 담임교사들, 심지어는 사교육에 종사하는 진학컨설턴트들도 이 자료를 가지고 올해의 진학지도를 시작한다.

서울시 교육청이 공지한 ‘2019학년도 대입진학지도의 방향’ 자료집은 크게 수시입시 전략자료와 정시입시전략자료 그리고 대학별 모집요강으로 이뤄져 있다. 100여 명의 많은 선생님들이 3개월 이상 준비한 자료인 만큼 자료의 양도 많지만 대학입시 전략방향에 관한 지침은 많은 현장 교사들이 참고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이 자료집은 선생님을 통해 지도받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4년제 대학 215개와 전문대학 135개 대학의 대입전형 요강을 모두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료의 양도 많지만 각 대학이 만들어놓은 입시유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의 교사가 숙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년 3월에 내놓는 서울시 교육청의 ‘대입진학지도의 방향’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공지한 2019학년도 대입지도방향은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특히 4년제 대학 중심의 대입지도방향은 여전하다. 예를 들어 ‘2019학년도 대입수시 전형의 이해와 대비’라는 자료에서 보면 전문대학 수시 입시에 대한 전략은 뒤쪽 15페이지정도의 분량으로 전체 300여 페이지 중 5%만 있어 수시입시가 전체 입시의 87%이상을 차지하고 17만9404명을 선발하는 2019학년도 전문대학 수시입시에 대한 분석자료가 현장의 교사들에게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구조는 현장의 지도교사들에게 4년제 대학입시가 우선이고 전문대학 입시지도는 4년제 대학입시지도가 끝나면 하는 정도 아니면 아예 입시지도의 방향이 없는 전문대학 입시로 끝나는 것으로 귀결된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대입진학지도의 방향’지침서를 만드는 교사 중 한 명인 영훈고등학교 김장업 교사는 전문대학 입시 총괄을 맡고 있다. 김장업 교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전문대학의 입시지도 방향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기가 어려운 점을 알 수 있었다. 의견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이른바 고등학교 입시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전문대학 입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상층에서 하부로 끼치는 영향인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큰 입시지도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마스타’ 교사들이 전문대학 입시에 관심이 없으니 제대로 된 지침서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침서를 만들려면 그만큼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문대학에서 입시를 책임지고 있는 입학처의 관심과 대응이다. 사실 교사들이 지침서를 만들기 위한 원천소스는 개별 대학의 모집요강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집요강을 만드는 데 전문대학 입학처의 관심이나 노력은 4년제 일반대학의 입학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입시요강의 명칭이나 입시전형의 방식이 바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자료를 그대로 입시요강으로 공개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관심은 가뜩이나 자료집 만드는 인력이 부족하고 관심이 덜한 전문대학 입시지도 지침서를 만들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학생들은 이미 3학년에 들어가면서부터 ‘안 되면 전문대학이라도 가지’라는 생각을 대부분 갖게 된다. 선생님들도 3학년 모의고사가 끝나고 결과를 발표하는 교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너희들 이 성적으로는 전문대학도 힘들어’라는 표현이다. 은연중에 학생들은 전문대학은 전략을 가지고 진학하는 대상이 아니라 '플랜 B'정도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유턴 지원자가’가 7412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유턴하는 학생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는 트렌드는 국가의 교육정책으로 봐서도 별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입직연령이 OECD 국가에서 제일 높아 노동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대학을 들어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 속 히든 어젠다를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고등학교 현장에서 펼쳐지는 올바른 입시지도와 진학지도에서 전문대학도 당당하게 한 축을 차지해야 한다. 학생들이 진학을 결정하는 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학지도 현장에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면 학생들과 우리 사회는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특히 진학지도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마스타’들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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