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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스케치] 올림픽의 여운김미 광주보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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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4  1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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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 끝났다. 첫번째가 1988년이었으니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는 데 정확히 한 세대가 걸린 셈이다. 처음엔 그때의 마스코트 호돌이가 하얗게 화장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 것 같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성화대 앞에 선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땐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여자 육상선수가 최종 점화자였다고 대학생 아들 녀석한테 얘기해준다. 도무지 모른다는 듯 어리둥절한 아들 표정을 보면서 그제서야 격세지감이 든다. 88올림픽이 엊그제 같다는 건 터무니없는 내 주관적 생각일 뿐이었다. 딱 그만큼의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우리 세대의 젊음과 임춘애에 대한 추억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조금 서글프긴 하지만 또 새로운 이벤트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면서 세대를 이어가는 법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사실 스포츠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요란한 이벤트가 썩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선수들 경기에만 지나치게 친절한 TV중계 방송 덕분에 채널 선택권이 몽땅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뉴스도 즐겨보는 드라마도 볼 수 없다. 대신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중계를 무의식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눈과 얼음 위 세상에서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재미있는 경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썰매를 타고 총알처럼 내달리고 스키를 신은 채 새처럼 날기도 한다. 그중 백미는 역시 육중한 돌덩이를 굴려 상대방 돌을 쳐내는 경기다. 컬링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얼음판을 다 깎아낼 듯 빗질하는 다소 우스꽝스런 몸짓과 쉴 새 없이 내뱉는 알 수 없는 고함소리가 압권이다.

올림픽이 진행됨에 따라 국민의 사랑을 갑자기 넘치도록 받는 선수도 생겼고 반대로 지금까지의 이미지가 모두 무너져버린 선수도 생겨났다. 은메달을 딴 한 선수는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평생 친구처럼 지냈던 라이벌 선수와 진정으로 위로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 전세계에 감동을 줬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귀중한 금메달을 딴 어떤 선수는 같이 출전한 젊은 동료선수에게 공을 돌려 박수를 받았다. 반면 어느 선수는 팀워크가 필요한 경기에서 같은 팀 선수를 챙기지 못한 실수에다 오히려 그 선수를 비웃는 듯한 인터뷰 태도를 더해 수습할 수 없을 만큼 비난에 시달렸다. 개인종목 금메달 후보로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해당 선수는 결국 은메달을 따고도 죄인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의 메달색깔이나 그동안의 성적이 아니라 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 경기 후 세리머니나 인터뷰에 의해 결정돼 버렸다. 그 누구도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순간에 표현되는 자신의 모습 하나가 이렇게 커다란 파장을 가져올 것임을 몰랐을 것이다.

MOT(Moment of Truth)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 스페인의 투우에서 유래한 말로 투우사가 칼로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 즉 삶과 죽음이 갈리는 결정적 순간을 의미한다. 투우사는 붉은 천을 흔들어 소를 날뛰게 해서 힘을 빼게 한 후 칼로 급소를 찔러 이 결정적 순간의 승자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급소를 잘못찌르면 극도로 흥분한 소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바뀌게 될 수도 있다. 직전까지 소의 힘을 빼는 모든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모두는 엄청난 경쟁에서 이겨 메달을 따내면 결정적 순간의 승자가 되고 환호를 받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선수에게는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결정적 순간이 엉뚱하게도 메달획득 여부가 아닌 말 한마디, 행동하나에 의해 갈려버렸다. 투우경기에서 소의 힘을 완전히 빼놓았으나 마지막 결정적 순간에 승패가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 같은 결정적 순간을 꿈꾼다. 그것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을 개선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결정적 순간은 평소의 삶 속에서 나오므로 우리는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 충분한 능력을 갖추라고만 강조해왔다. 그러나 진정 결정적 순간의 승자가 되려면 이것 이외에도 스스로 체화된 자연스러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좋은 인성일수도 있고 좋은 습관일 수도 있다. 인생에서 가장 절정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 올 때 처음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어쩌면 승패를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올림픽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무관심했던 영역에 관심을 넓힐 수 있었고 이면의 얘깃거리를 통해 자신을 조금 더 성찰해볼 기회를 가진 것 같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들의 아들이 대학생이 될 때쯤 또 한 번 올림픽이 열리면 그때쯤 내 인생을 총정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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