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신입생 충원율을 유학생으로 극복하려다 보니 결국 한계 드러나
최근에는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 사례 증가 추세
법무부도 단기 어학연수 과정 개선 대안 마련하기도

▲ 지난 1월 법무부에서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주재로 '외국인 유학생과 유학업무 관계자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법무부)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직원들이 직접 연락이 두절된 외국인 유학생 찾으러 거주지 탐색하고 다니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주변 학생들에게 그 학생이 어디로 갔는지 수소문해서 일하는 곳에 가서 데려오기도 한다.” - 충북 소재 한 사립대 국제교류팀 직원 ㄱ씨.

국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덩달아 불법체류 중인 학생도 늘고 있어 대학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들이 재정난 극복 수단으로 유학생 유치에 몰두했지만, 정작 불법체류를 예방·대처하지 못해 부담만 늘어난 경우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선 12만3858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되레 지난 2016년부터 늘고 있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 1034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1112명으로 78명(7.5%)이나 증가했다. 지난 2012년부터 점차 감소 추세였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났다.

대학 관계자들은 불법체류 증가의 원인으로 대학의 재정난과 왜곡된 유학 시장을 지목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학들이 가중되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수단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과도하게 몰입하다 보니 불법체류율이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복수 한국어교육관리자협의회 회장은 “불법체류율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수익 사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대학들 중에 유학생을 관리할 능력도 없으면서 덮어놓고 학생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각 대학들의 경쟁적인 유학생 유치와 사설 유학원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유학생 유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대학들은 직접 현지 학생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주로 유학원을 통해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유학원이 해당 학생이 실제로 유학을 목적으로 한국에 가는 것인지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손쉽게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대학을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다. 일부 대학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당장의 유학생 유치를 통한 수익을 포기하지 못해 눈을 감기도 한다.

특히 대학가는 “불법체류의 증가가 베트남 유학생들의 유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에는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가 대학가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데 한몫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유학생들이 급증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베트남과 한국 기업 간 교류가 급증함에 따라 유학생도 같이 증가했다. 이전까지 중국·일본 유학생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2015년부터 베트남이 1위인 중국 다음으로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국가로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학생 불법체류율의 증가로 아예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린 대학들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떨어지는 신입생 충원율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메우려는 대학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전국 대학을 평가해 ‘비자발급 제한 대학’을 선정하고 있다. 유학생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불법체류율이 10%를 넘으면 해당 대학의 비자 발급을 일정기간 제한한다. 올해에는 일반대 8개, 전문대 4개, 대학원대학 3개 등 총 15개 대학이 비자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제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대학이 제한 대학으로 분류됐다. 이들 대학은 올해 2학기부터 내년 여름학기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됐다.

경기도 소재의 한 일반대 국제교류팀 관계자 ㄴ씨는 “우리 대학은 불법체류율이 20%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며 “유학생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설득시켜 본국 소환시키는 등 노력을 안 한 게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제한 대학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측에서 제대로 학생을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일부 인정한다”며 “대부분의 학생이 한국어교육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감안해 앞으로는 이 학생들이 한국에서 대학·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데 대학에만 모든 과오를 돌리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충청도 소재 일반대 국제교류팀 관계자 ㄷ씨는 “최종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법무부인데 후속책임은 모두 대학에 미루는 게 아니냐”며 “사실 대학 입장에서 학생을 모집할 시에 불법체류 가능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가 주로 단기 어학연수 과정 중에 발생하는 것을 알고, 어학연수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구축했다. 우선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어학연수생의 출석률 70% 미만자는 체류기간 연장을 제한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대학 내 어학 연수기관이 방학을 길게 운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대책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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