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말단직원에서 시작해 대외협력실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4년간 장학금으로 배움의 기회 준 모교에 은혜를 갚고 싶어 기부 시작

▲ 조해자 숭실대 대외협력실장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조해자 숭실대 대외협력실장은 교직원 말단부터 시작해 실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교무위원 회의에도 당당히 일원으로 참가한다. 여전히 대다수는 남자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며 회의를 사로잡는다.

형제 중 맏딸이었던 탓인지 어릴 적부터 책임감이 강했던 조 실장은 공부도 열심히 해 1981년 숭실대에 진학했다. 입학 성적이 좋아서 4년간 전액 장학 지원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여자는 시집가야지’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80년대 중반 조 실장은 노스웨스트 항공 입사에 성공했다. 한 잡지사에서 여대생 취업수기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주변 친구들은 전부 전업주부가 돼 있던 시기였다.

조 실장은 선망의 직종인 항공사에 입사했지만 6개월 뒤 돌연 이직을 단행했다. 옮긴 곳은 학창시절을 보냈던 숭실대였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4년간 장학금을 주며 지원해줬던 모교에 은혜를 갚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조 실장은 “4년간 장학금을 준 숭실대는 부모님 다음으로 감사한 존재다. 은혜를 갚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숭실대에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숭실대에 입사한 조 실장은 △교목실 △국제협력팀 △봉사장학과 △외국인유학생센터 △기독교학대학원 △경력개발센터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거쳤다. 당시 신설부서였던 외국인유학생센터에 근무할 때는 외국인유학생 역량인증제를 획득했고 경력개발센터장을 역임할 땐 취업 실적을 전년도에 비해 약 15% 늘렸다.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조해자 실장은 ‘역지사지’를 꼽았다. 그는 “남자에게 여성 스카프를 주면 그건 선물이 아니다. 상대방이 필요한 게 선물이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입장을 바꿔서 구성원이 뭘 원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실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약 32년간 숭실대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에 가졌던 은혜를 갚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조금씩 시작했던 기부가 15일 현재까지 1억1500만원에 달한다. 기부를 놓지 못하는 조 실장을 기리기 위해 모교 숭실대는 한 강의실을 ‘조해자 강의실’로 명명했다.

“장학팀에 근무할 때 학생들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 몇 십만원이 부족해서 등록을 못하는 학생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고 이게 기폭제가 됐다.”

1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가 컸다. 남편은 숭실대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 실장과 함께 매년 숭실대에 기부를 하고 있다. 조 실장은 “금액도 횟수도 다 남편의 동의를 얻는다. 부부는 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한곳을 같이 보는 거라고 하는데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32년간 대학에 재직중인 조 실장은 지금의 고등교육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정부, 언론사 각종 평가가 너무 많다. 지표들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일단 숨 고르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에서 대학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실장은 청년들에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것을 권했다. 그는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이 대학, 이 학과를 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성적에 맞춰서 온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오직 하나다. 나만의 삶을 살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인생의 선배로서 “미투사건이 터지면서 뉴스 보기가 민망한 요즘이지만 미투가 언제적 이야기냐고 반문할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여성이 불편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 내가 여성인 걸 감사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끝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조해자 실장은 “조금은 본받고 싶은 사람, 교직원으로서는 롤모델, 졸업생으로는 정말 괜찮았던 숭실 졸업생, 동료로서는 누구에게나 같이 일하고 싶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