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섭 안동대 대외협력과장

대학이 신음하고 있다. 돈 가뭄에 그야말로 보릿고개라고 불러야 할 판이며 지방 국립대가 느끼는 위기감은 참담할 정도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재정지원책은 조속히 마련돼야 하고 이를 계기로 대학의 출구 전략에 대한 큰 그림이 제시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재정투입에만 기대는 대학의 위기탈출 전략은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정위기 극복책과 더불어 긴 호흡으로 대학의 미래목표와 방향에 걸맞은 조직과 인적혁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보직의 최적화다. 국립대학의 조직을 보면 대체적으로 총장 아래 사무국과 각 처 혹은 단으로 직제화 돼있다. 처장-본부장-과장-계장 순의 피라미드 구조다. 인력 구성비율로 볼 때 상위직급이 비대하다. 일하는 숫자보다 지시하는 사람이 많은 전형적인 관료적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학에는 본부 보직을 비롯해서 각종 산하기관 및 부속기관 등 참으로 많은 보직이 있다. 너무 많다. 대학이 커지면서 각종 기구나 관련 부서가 다양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옥상옥'의 보직구조로 인해 업무의 비효율은 물론 대학이 감당해야 하는 보직수당이 적지 않고 가뜩이나 쪼들리는 대학 재정의 부담요인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조직의 간소화를 통한 의사결정의 혁신과 재정부담을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구조조정을 고민할 때다.

두 번째 사무국 중심의 체제혁신이다. 사무국은 중요하다. 그러나 총무ㆍ재무ㆍ시설 등 사무국 기능만으로 대학을 이끌어 가기에 대학의 역할이나 기능이 다양해졌다. 특히 취업난이나 산학협동 강화 등 대학이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산학협력단이나 취업부서는 더더욱 중요성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중요성만큼 인력이나 위상이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비중이 커진 산학협력단이나 취업과, 기초교육 등 부서들은 고용안전성이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고 그래서 업무의욕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기에다 부서 간 칸막이도 여전히 높고 협업이 어려운 갈라파고스적 구조다. 이를 과감히 털고 유연한 조직으로 쇄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외부적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역량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인적 역량 제고다. 대학의 특징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외부 민원인이 없다는 점인데 그래서 대학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달리 말하면 세상 물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한 온실적 구조만으로 대학이 처한 위기를 대처해나갈 역량을 키울 수 없다.

인공지능 로봇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르치는 방식은 물론 대학업무의 일대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입학상담을 로봇이 대신할 날이 머지않다.

그럼에도 대학은 과거 방식의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무국형 인력수급 시스템으로 급류로 다가오는 시대변화에 대처해나갈 수 없다.

수요가 많아지는 산학협력, 취업, 대외협력, 기초교육 분야에서 유능한 인력을 키워야 한다. 인력구조를 다채롭게 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재적소의 인적역량이 충만해야 위기돌파도 가능한 것이다.

대학에 닥칠 격변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신축건물을 짓는 숫자로 성과를 따지는 과거로부터 결별이 절실하다. 미래를 탄력 있게 대처해 나가는 소프트파워가 중요하다. 그래서 상시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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