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 없는 이공계 대학원생 '근로계약 체결'...타개책 없나
진척 없는 이공계 대학원생 '근로계약 체결'...타개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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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대보험 체결 준하는 처우 개선책 찾고 있어"

대학·교수들 "보험료 부담 감당 어려워"
PBS, 자체장학금 등 기존 제도 '걸림돌'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열악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던 근로계약 체결이 반년이 넘게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대학원생 근로계약 체결과 4대보험 가입을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원 등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반대가 계속되자 최근 우회로를 포함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학원생이 연구와 학업을 잘 병행할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된다면 4대보험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시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 과기정통부와 대학들이 4대보험에 준하는 정책을 찾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근로계약 체결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대학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다보고 있다. 지금 우선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처우 개선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연구 인력으로 활용하는 4000여명의 석‧박사과정 학생연구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4대보험인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혜택도 받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를 이공계 대학원생에게도 확대하고자 지난해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기술원 4개교(KAIST, GIST, DGIST, UNIST) 당국, 교수, 대학원생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들 대학과 교수들은 여건 상 보험료와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주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로 인해 연구개발(R&D) 사업을 수주해야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어 대학과 연구실 운영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PBS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기관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전액 국비가 아닌 과제 연구비를 받아서 충당하도록 한 제도다. 과기정통부 산하 과학기술원 대학들은 출연연과 같이 PBS가 적용되고 있다. 일례로 KAIST의 지난해 정부출연금은 1963억원으로 전체 예산 중 25%다.

과학기술원들이 운영해 온 교내 장학금도 도입을 어렵게 한다. KAIST의 경우 대학원 연구실이 장학금을 지급토록 하는 'KAIST 장학생' 제도를 운영한다. 교비나 국비가 아닌 지도교수가 수주하는 연구비 등을 이용해 등록금과 인건비를 지급한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국가 R&D 과제 인건비는 교수가 판단하는 대학원생의 연구 기여도(참여율)에 따라 정해진다. 인건비가 그대로인데 근로계약만 체결하면 처우를 개선할 다른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원생의 근로자성 인정을 두고도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고용주와 근로자 관계가 될 수 없다"며 교수들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분분하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의 경우 올해 공약으로 '근로계약에 준하는 처우 개선'을 내세우고 세부 방침을 정하기 위해 논의할 계획이다. 총 인건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근로계약 체결 시 외려 처우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영훈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병원 인턴(수련의)과 레지던트(전공의)도 근로자로 인정받는 만큼 대학원생도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PBS, 기존 장학제도와의 충돌 등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근로자성이라는 근본적인 쟁점에 대한 인식차가 있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학기술원 구성원들과 협의를 거쳐 종합적인 처우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연구진의 행정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들이 간접비(오버헤드)를 본래 취지대로 쓰도록 연구행정 전문조직 의무화 방침을 발표한 것처럼 구조적인 차원의 해결책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이 지급하는 국가R&D 사업 인건비를 대학, 학과로 넘기고, 대학원생의 인건비를 소속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학생인건비 기관통합관리제’, 인턴제와 유사한 영국 등의 대학원생 적정생활 보조금 제도(Stipend)등이 선행 방안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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