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연구위원

▲ 김영철 연구위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일자리 정책에도 작년도 청년실업자 103만 명, 청년실업률이 9.9%로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십장생’이니 ‘이태백’이니 ‘삼포세대’를 넘어 요즘은 ‘오포세대’라고 해 취업난을 풍자하는 다양한 유행어가 있다. 취업이 된다 하더라도 40세만 넘으면 주변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유행어도 그래서 나왔나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20년 정도 공부하고 20대 후반에 취직해 40대 중반까지 20년 못 미치는 기간 일하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다른 일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요즘 흔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기술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건비가 비싸 집수리하기도 겁난다. 그래서 요즘은 빌트인이나 DIY제품이 유행이다.

아래 세 이야기는 주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얼마 전 TV에서 한 아주머니의 사연이 소개됐다. 60을 훌쩍 넘긴 이 아주머니의 직업은 벽돌을 쌓고 나면 벽돌 사이에 줄눈을 긋는 작업을 하는 기술자다. 30년 전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 생계를 위해 배운 기술인데 이제는 이 분야에 숙련된 달인으로 소문이나 몇 시간만 일해도 노임이 2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 아주머니의 달력에는 몇 달 치 스케줄이 꽉 차있다. 바쁜 날은 이런 작업을 하루에 3군데나 하며 벌어들이는 일당이 50만원을 넘는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 1층이 누수가 심해 집이 엉망이다. 살고 있는 세입자가 하소연을 해 누수업체에 사람을 불러 진단을 의뢰하니 한참을 둘러보다 바로 원인을 못 찾는다. 그리고는 보름 동안 집을 개방해주면 누수되는 부분을 찾아 이를 고치고 원상복구시키겠다며 공사비를 800만원을 요구한다. 그렇게라도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세입자가 보름이나 집을 개방할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한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뒤지고 수소문해 다른 기술자를 불렀다. 승합차에 장비를 잔뜩 실어온 기술자는 두어 시간 동안 집안 이곳저곳을 다니더니 원인을 찾았다고 하며 작업은 오늘 중으로 끝나고 공사비로 400만원을 요구하며 계약을 하자고 한다. 지난번 기술자에 비해 저렴하다고 생각해 깍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

원인은 수년 전 에어컨 공사를 하면서 벽을 뚫는다는 게 물 내려가는 하수관을 깨뜨린 것이다. 그동안 사람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 몰랐는데 사람이 계속 살면서 물을 쓰니 문제가 커진 것이다. 공사는 불과 세시간만에 끝났다. 밥 먹는 시간 포함해서 6시간 정도 일하고 400만원을 받아간 것이다.

친구가 식당을 개업한다고 해서 구경 삼아 방문했다. 실내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데 페인트칠을 하는 인부 중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이돌 그룹 멤버라고 해도 믿을 만한 공사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매우 잘생긴 청년이 있다. 어떻게 이일을 하게 됐느냐고 물어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삼수 끝에 지방에 있는 대학을 들어갔는데 미래가 보이지 않아 입대를 했고 제대 후 아버지를 따라 이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멋지게 생긴 청년이 먼지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였지만 이 청년의 말투에는 희망이 가득하다. 작업 현장에 우리 같은 젊은 기술자가 부족해서 조금만 실력이 있으면 대우받고 인건비도 높아 친구들 중에서 자신이 돈을 제일 잘 번다고 자랑이다. 옆에 있는 아버지도 기술은 한 번 배워놓으면 정년이 없고 요즘은 장비가 좋아 나이가 들어도 힘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일할 수 있으며 힘에 부쳐 일하기 어려우면 사무실을 차려 젊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일을 시키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위 사례의 취지가 취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적공이나 배관공 등의 기술을 익히라는 것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혹자는 앞으로 자동화가 되고 로봇이 발달하면 이런 기술자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해도 일이 없어지기 보다는 일하는 방법이 바뀌고 직무가 바뀌는 것이다. 옛날에는 땅을 파거나 집을 지을 때 힘이 세 무거운 것을 잘 옮기고 삽이나 곡괭이 등 도구를 잘 사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중장비 등 장비나 기계를 잘 사용하면 된다.

예전에 속기사는 특수한 기호를 이용해 빠르게 받아 적으면서 업무를 수행했지만 지금은 속기용 키보드나 녹음기 등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한다. 예전에 공학용 계산기로 하루 종일 걸리던 작업은 온라인 측정이나 컴퓨터 등으로 더 신속히 그리고 더 정확히 수행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도 있겠지만 새로이 생기는 직업도 있을 것이고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직업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은 바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3D프린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질 직업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의 수행 방법이 변경될 것을 예측하고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대처해 나간다면 취업뿐만 아니라, 100세 시대 오랫동안 귀한 대우 받으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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