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 인덕대학교 대외홍보팀

6년 전 대학 입시광고를 준비하면서 기존의 대학에서 진행했던 것과 다르게 대학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앓이’라는 단어를 보게 됐다. 기성세대에서는 아프다는 의미인 ‘앓이’는 요즘 세대에게는 동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앓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대학명과 조합한다면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홍보위원회 교수님, 광고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많은 논의를 한 후 ‘인덕앓이’라는 광고를 만들었다. 이후 가장 걱정을한 부분은 과연 대학 구성원들이 이 광고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래도 변화를 선택하고 싶어 홍보위원회 교수님들과 함께 기관장을 설득해 광고를 시작했지만 많은 구성원들로부터 부정적인 목소리를 듣게 됐다. 하지만 광고 커뮤니케이션 종료 후 그 부정적인 목소리는 긍정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때로 낯선 것에 더 친밀함을 느끼고 때로는 부조화에 더 조화로움을 느끼곤 한다. 친밀함과 조화로움은 어쩌면 기성세대의 낡은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조건반사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앓이’라는 사전적 해석이 우리 타깃의 마음에 다른 ‘앓이’로 자리를 잡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로운 시도에 의해 지진처럼 한 번 흔들어진 타깃의 공감에 여진처럼 그들의 마음을 넘나들 수 있을 단계적이며 순차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게 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입시의 정점에 있는 대학, 그 대학의 현실은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성의 부재와 고정관념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 중이다. 홍보의 전문성을 다루는 전담부서와 시스템이 극히 일부의 대학에 국한돼 있으며, 순환보직으로 인해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직원이 업무를 맡게 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반복되곤 한다. 물론 대학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대학의 서열과 학생들의 성적에 비례한다고는 하지만 광고나 홍보 커뮤니케이션은 그 대학의 성격을 규정짓고 특색을 만들어가는 소비자와의 중요한 소통 수단임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결정 권한이 대학 홍보 전담부서보다 보직자, 최고결정권자의 개인적 성향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대학의 명확한 이미지 설정에 애로사항이 많다.

효과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우리 대학의 현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우리만의 포지셔닝 전략을 세워 정해진 예산을 선택과 집중에 의해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담당 부서는 전문성을 키우며 최고 결정권자는 광고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춰야 할 것이다. 더불어 광고회사의 창의성 및 전문성 존중 등 전문가로 인정하는 파트너십을 가지고 타깃과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1년 동안의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단지 1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순차적으로 대학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노력이다. 시대를 바라보는 기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듯 대학도 전문성을 갖춘 홍보 부서를 구축하고 협업을 통해 타깃과 조금 더 친밀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장기간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면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타깃과 격한 공감을 이룰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