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주간

대학재정이 비상이다. 학생 수 감소와 반값등록금을 위한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사립대학의 재정은 정상적인 교육이 힘들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 대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 제정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됐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시작됐으니 20여 년 가까이 끌어온 해묵은 주제이기도 하다. 여야 의원들이 골고루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을 보면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 법안은 번번이 국회 관련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입법에 실패하고 있다. 한때는 제1호 법안으로 발의돼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소리도 없이 폐기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3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일각에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립서비스법’으로 부른단다. 발의를 하나 통과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법이란 것이다. 이제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인 법안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이렇게 표류하는 데는 국회와 정부 양측에 큰 책임이 있다. 국가정책 어젠다 순위에서 고등교육발전을 후순위로 배치하는 정부의 교육에 대한 몰이해와 의원들의 정책적 의지가 결여된 결과다.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란 말이 무색하다. 역대 정부에서 역점사업에 투자한 재정을 보면 이러한 한숨이 더욱 짙어진다. 비근한 실례로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에 20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던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교육으로 발전해왔고 아직도 교육을 통한 발전이 당대의 전략이요 미래의 전략일 수밖에 없는 나라다. 그 누구도 교육의 성과와 이를 토대로 한 기대전략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존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인력양성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고 이를 대학이 담당했다. 그런데 인력양성의 산실인 대학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기관의 대부분은 사학이다. 사립대학이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고정비 지출이 70-80%를 넘는 현실에서 미래지향적인 교육투자는 기대할 수 없다. 현재의 심각한 대학재정 형편을 고려할 때 정부의 사립대학 지원은 지체할 수 없는 긴급사안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앞두고 대학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 정부재정 지원을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는 대학생존뿐만 아니라 미래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재정운영의 경직성이나 비효율성, 부실대학의 연명가능성 등은 교육의 공공성이나 정부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헌법적 가치에서 보면 부차적이다. 부실대학의 연명수단이나, 재정공급자의 간섭 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할 방도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대학교육은 엘리트교육을 지나 보통교육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엘리트교육일 때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해도 되지만 보통교육 시대에는 교부금을 통한 일반지원 방식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초ㆍ중등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교육부 내에서의 교육예산 편성뿐만아니라 국가예산편성에서도 과감한 변화가 요구된다. 앞으로 고등교육분야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가가 어느 선까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이 전개돼야 한다. 자칫 이 시기를 놓친다면 고등교육 생태계는 물론 대학 소재 지역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지역민들이 지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큰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그리고 대학이 모두 나서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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