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교육경쟁력 1위, 대학경쟁력 1위인 핀란드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영역은 우리나라의 전문대학 격인 폴리테크닉 대학이다. 핀란드의 전문대학은 산학협동교육의 메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교육내용은 실무 및 현장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전문직 및 기술개발부문의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럽 IT 강국이었던 핀란드는 1990년대 초 세계 냉전체제의 해체와 구소련의 몰락, 노키아 등 국내 최대기업의 방만한 경영 등으로 IMF 경제위기를 맞은 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던 중 지식기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개혁의 일환으로서 대학개혁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전국 200여 개 기술·상업·보건 분야의 서로 다른 2∼8개의 직업훈련원을 통합해 1996년부터 직업전문대학(Polytechnic)을 설립하였으며, 33개 직업전문대학으로 통합, 집중 육성했다. 기존의 직업훈련기관이 한두 영역의 기술훈련을 담당하는데 비해, 보다 큰 복합적인 고등수준의 기술교육을 담당하게 됐고, 2003년에 공포된 직업전문대학법에 따라 영구적으로 법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결국 핀란드 직업전문대학은 변화하는 산업사회에 빠르게 적응토록 설계된 대학으로 ‘산업사회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수업연한에 따라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등직업교육의 혁신적인 모델로 꼽힌다.

핀란드의 모든 고등교육기관은 국공립으로 대학과 폴리테크닉의 역할은 법령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대학법(university act)과 직업전문대학법(polytechnic act)에 따르면 대학의 주된 역할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학술적인 교육인 반면, 직업전문대학은 산업사회 요구 맞춤형 직업지향 고등교육 제공을 주된 역할로 하고 있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학을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훈련 양성대학’으로 이원화해 운영과 지원을 차별화하는 대학 특성화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발전전략 때문이다.

직업전문대학은 직업전문 지식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학사 학위를 수여하며 수학기간은 통상 3년 6개월~4년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술전문대학의 대학원과정을 설치하는 법안이 2005년 초 의회에서 통과됐다. 따라서 학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의 현장 실무 경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석사 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데, 석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60학점 또는 90학점(전일제 1~1.5년 소요)을 이수해야 한다.

▲ 핀란드 직업전문학교 교수는 3년 이상의 산업체 경력이 있어야 한다.

핀란드 직업전문대학 교수의 경우, 석사 이상의 학위와 최소한 3년 이상의 산업체 경력이 있어야 한다. 기초학문에 더 비중을 두는 일반 대학과 달리 철저히 실무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졸업논문(10학점) 외에 반년 정도(20학점)의 산업현장 교육(인턴십)을 마치지 않으면 졸업이 힘들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관련된 학업을 수행하고 있다. 실험실에서만 통하는 지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산학관 협력을 거쳐 기술혁신을 창출해 이를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구축했다.

이러한 성장동력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는 대학과 기업뿐이다. 이에 따라 핀란드는 산학 간에 상호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부정책과도 연계돼 혁신적인 산학협동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핀란드 직업전문대학이 활용하고 있는 산학일체형 산학협동교육 프로그램은 현장실습 프로젝트(Workplace Project) 및 졸업인증 프로젝트(Diploma Project)다. 전자는 학생이 기업을 선택, 실습 및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해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며, 후자는 기업과 전문대학간 계약을 통해서 학생이 기업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를 수료한 이후 대학 졸업하는 제도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미래지향적인 직업선택을 가능하게 하며 기업 측에서는 필요인력을 적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인턴십위주의 현장중심형 산학협동교육은 산학일체형 산학협동교육모델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대학교육의 절반은 이론교육이지만 절반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교육이다. 따라서 현장의 중요한 내용을 취득하는 시간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과 기업의 관계는 대학에서 연계되지만 기업 일방이나 학생일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학생과 기업이 모두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교육과 실습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러한 산학일체형 산학협동교육모델을 잘 보여주는 것은 오울루전문대학과 헬싱키기술대학의 산학협동 교육이다.

이와 같이 핀란드는 대학교육을 통한 산학협동교육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핀란드에서 산학일체형 산학협동교육이 활성화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는 세계적인 기술과 연구에 기반한 교과과정을 가진 대학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핀란드는 대학의 교육자체가 실무형이며 기술집약형 교육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에 현장적응력이 높고 산학연계가 기본적으로 잘 돼 있다.

[오울루전문대학의 사례] 산학협력 교육 혁신클러스터 내에서 이뤄져

오울루전문대학은 오울루 혁신클러스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지역 집적효과(Cluster Effects)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가 긴밀히 연계해 연구개발 활동과 첨단기업 창출 및 신제품 생산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1990년대 초 핀란드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던 중 지식기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학 개혁이 함께 실시됐는데 당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기관으로 기술대학이 확산된 것이다.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500㎞ 떨어진 북부 핀란드의 경제·교육 중심지인 오울루(인구 12만5000명)에는 오울루대학(University, 학생 수 1만6000명)과 함께 오울루전문대(Polytechnic, 학생수 7700명)가 있다.

▲ 오울루전문대학 교육은 실제 기업의 실무를 익히는 과정이다.

오울루전문대학의 산학협동교육 프로그램은 이 혁신클러스터 내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20학점 (1개 학기)의 인턴십을 통한 현장실습, 기업과의 협약에 의거한 졸업프로젝트의 수행(10학점)을 마쳐야 졸업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수업의 대부분은 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프로젝트 수행으로 이뤄지며, 기업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실무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산학일체형 직업교육이 원할히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은 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혁신클러스터 내의 기업, 연구중심의 대학, 직업전문대학의 인력 양성의 시스템이 서로 협력적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울루 직업전문대학이 위치한 핀란드의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기업-대학-정부가 일체가 돼 작동되는 대표적인 첨단 과학기술단지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노키아가 입지하고 있으며, 대학은 전문대학뿐만 아니라 핀란드 제2의 대학인 오울루 대학이 연구개발 인력제공 및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역의 고용 및 경제개발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역산업의 활성화를 지원한다. 지방정부는 지방사업청 운영 및 지역 내 산학연계 구축을 위한 인력 및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 직업교육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크게 작용한다. 예컨대 오울루전문대학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진행하는 코업 산학협동교육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코업 산학협동교육은 기업의 재정비중이 높은 반면, 핀란드의 산학협동교육 프로그램은 학교와 정부의 지원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혁신생태계를 토대로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와 오울루전문대학, 헬싱키기술대학, 중앙(지방)정부, 지역기업(정보통신, 바이오기업중심)은 산학관 일체형 산학협동교육모델을 구현해냈다. 즉 대학이 배출하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혁신클러스터 내 기업들이 흡수하고, 기업은 유능한 연구개발 인력의 공급을 통해 협력 대학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해 경쟁에 앞서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서로의 관계를 조정하고 인프라와 행정혁신의 방법으로 산학이 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핀란드의 직업전문대학은 산업 분야에서 일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핀란드는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대학의 연구와 기술 교육을 직업훈련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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