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구가 청산 전담, 기금으로 구성원 체불임금 지원하는 방안 도출
폐교대학 구성원들은 전직 및 재취업 제도 강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폐교대학 청산과 구성원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종합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윤구 경기대 교수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폐교대학의 체계적 사후조치 및 법인 청산 방안을 모색한다’는 주제의 사학진흥포럼에서 폐교대학 구성원 사회적 지원 방안에 대한 정책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폐교대학의 체계적 사후조치 및 법인 청산 방안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한 사학진흥포럼 토론회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사진=이연희 기자)

■"폐교대학 교직원들에게 체불임금·면직보상금 선(先)지원"= 전윤구 교수는 향후 대학들이 파산 이전에 알아서 문을 닫기보다는 교육당국에 의해 폐쇄명령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폐교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이 가장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진 폐교를 할 경우 구성원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학교법인 측이 교직원들에게 일자리 상실에 대한 보상을 할 수는 있지만, 강제폐쇄대학은 이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지금까지 폐교대학 16곳 사례를 언급하며 폐교대학 교직원과 학생에 대한 보호 및 피해완화를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보호제도와 독립적인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와 인력,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폐교대학 교직원들을 위해 △체불임금 지원 △일자리 상실에 대한 면직보상금 등을 공통으로 지원하는 안을 내놨다. 체불임금의 경우 학교법인이 직접 해결하거나, 청산 및 후속조치를 위한 기금을 통해 체불임금 전부 또는 일부를 선지급하고 학교자산으로 변제받는 방식을 제안했다. 면직보상금의 경우 학교법인이 고용주로서 교직원들에게 해고위로금 형태로 부담하거나 국가가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한 국민의 일자리 상실 보전·전직지원 차원에서 지급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교수의 경우 △학술연구제 △시간강사지원제 △일반연구 지원 허용 등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제도를 활용해 이들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교육청 소속 교육전문직원으로 특별채용하거나 중앙교육연수원·지방교육연수원 강사 풀(pool)을 구축해 폐교대학 교수들이 우선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제안, 또는 일반재정지원을 활용해 건실한 대학들이 산학협력중점교수나 교양전임교수, 비전임교원 등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직원은 전직지원을 위한 고용보험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전 교수는 이 같은 대책이 현실화되기 위해 비리사학이 폐교할 경우 잔여재산이 비리 및 전횡 당사자와 그 일가에 돌아가는 데 대한 제도적 규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귀속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전 교수는 ‘구조조정대학 교직원 및 학생 지원을 위한 규정’(가칭)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재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변수연 부산외대 교수와 김귀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한성대)은 폐교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수연 교수는 “핀란드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추세에 따라 국립대 법인화 및 통폐합 정책을 진행하기에 앞서 정부와 대학이 구조조정 목표에 합의하고, 확실한 로드맵을 세웠다”며 “폐교대학 구성원들을 위한 적절한 구제와 사회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그 전에 폐교나 통폐합에 대한 정부의 타당한 목표가 대학과 사회 전반에 제시돼야 한다. 산술적 구조조정을 넘어 지역 발전 목표와 경제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고등교육 발전 정책을 대학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귀옥 의장은 정부 주도의 평가를 통한 대학 구조조정과 폐교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며, 지식기반의 국가 및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을 인정하고 공영형 사립대 등 대학의 공공성 제고 및 정상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당사자인 이덕재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 위한 교수연합회 대표(전 성화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책연구 결과가 폐교대학 구성원과 학생들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덕재 대표는 교직원 면직보상금은 피해보상 차원에서 접근, 폐쇄대학과 폐지대학 모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지급규정을 잔여재산 국가귀속을 위한 법적근거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폐교대학 교수들이 당초 요구했던 △국가연구교수제 △공영형 사립대 폐교대학 교원 재임용 근거 △사단법인 연구원(가칭 한국발전연구원) 설립에 대한 구체적·실체적 접근 연구 등이 추가 연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2월 말 폐교된 대구미래대학교 교수들은 대학법인의 자진폐교 과정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토론회를 찾았다.(사진=이연희 기자)

■"폐교대학 자산 관리·처분 독립적인 기관에 맡겨야" = ‘해산법인의 효율적 청산 방안’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한수 경기대 교수(경영학과)는 비리로 인한 폐교대학은 자산관리를 법인이사회 측에 맡기기보다 적격성과 독립성을 갖춘 법인이나 자연인에게 맡기고, 폐교부동산의 사용가치를 올려 매각가치를 상승시킨 뒤 학교용지 형태 또는 도시계획을 변경해 매각하는 안을 제안했다.

자산 매각과 활용을 위해서는 자산 및 부채에 대한 실사, 매각 전까지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자산 관리, 동산은 즉시 매각해 현금화가 필요하며, 교직원 체불임금 선지급을 위해 ‘폐교대학지원기금’(가칭)을 조성하거나 사학진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책연구를 총괄한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본부장은 “폐교대학 사후조치 행정 관점에서 법적 근거가 있어야 재원과 인력을 갖고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폐교대학 학생들 편입학 예산만 약 10억원 책정돼 있다”면서 “비리대학뿐 아니라 미리 폐교할 한계대학을 정해 예고하고, 2~3년간 노력해도 정상화되지 않으면 폐교하는 개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폐교 이후라도 교원 학생 자산처분 등이 시스템적으로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교대학 구성원들에게는 “폐교 사후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해서 교수도 새로운 삶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관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시각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산법인의 효율적 청산을 위해 법률사무소 ‘재율’의 이정선 변호사는 단기적으로 청산인 지정이 폐교대학 청산절차에서 중요하며, 청산인은 이해관계가 있는 대학법인보다는 객관적이며 적극적인 청산 의지를 가진 이를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사후처리를 위한 일원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 장만호 전 명신대 교수는 플로어 토론 차례에 일반대 교수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 교육행정기관 정규직으로도 재취업할 수 없는 구조를 지적하며 대책을 요구했다.(사진=이연희 기자)

■폐교대학 구성원 "교원 생계 보전대책·정부 책임은 빠져"= 종합토론 자리에는 폐교대학 출신 교수와 직원들이 다수 참석했으으나 정책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과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장기간 임금체불과 위로금 미지급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폐교대학 구성원들의 삶을 보장할 수 없고, 근본적으로 폐교 책임이 있는 설립자들에게 아무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선 한계대학 토론회에서도 폐교대학 교직원들은 사학비리 등 폐교 책임이 주로 대학법인에 있는 만큼 교직원은 피해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연구자들은 교직원들 역시 학사부실 등 공동책임 소지가 있다고 맞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지난 2월 폐교된 대구미래대학교의 한 교수는 자진 폐교 대학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교수는 “대구미래대학교는 대구대와 흡수통합 한다고 교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자진폐교했는데 거짓말로 드러났다. 구성원들은 모두 길거리에 내앉았다. 대학법인은 유치원이 아직 남아서 1000억원 시세의 대학부지를 물려받은 부동산 재벌이 됐는데, 정부는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폐교된 명신대 교수였던 장만호씨는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육대학과 전문대학 교수의 초·중등학교 교사로 재취업이 가능하게 보장한 것처럼, 일반대 교수도 교육기관이나 행정기관 등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은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참고해 입법 발의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에는 공동 주최한 오 의원을 비롯해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 김영주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직무대행(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한중일 교육장관 회의 참석차 포럼에는 불참했으나 축사를 보냈다. 김 부총리는 “폐교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폐교 이후 학교법인 청산 등 마무리 지어야 하는 사후절차가 간단치 않고, 또한 사후조치 과정에서도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 학문의 육성, 지적 인프라의 보호 차원에서도 폐교대학의 구성원과 해산된 학교법인의 사후 지원방안 마련은 중요하고도 필요하다. 논의된 내용이 향후 정책적으로 검토 반영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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