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오 본지 논설위원/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구절벽의 가장 큰 위기는 대학가에서부터 나타난다. 2020년이 되면 대학진학이 가능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문을 닫는 대학이 많이 나올 것이라 한다. 교육부에서는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15년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9만1332명, 2016년에는 10만4262명, 2017년에는 12만3858명으로 증가해 목표에 근접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인 유학생이 약 8000명, 베트남 유학생이 약 7000명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숫자로는 중국 학생 증가가 가장 크지만 비율로는 중국 학생이 13% 증가, 베트남 학생이 96% 증가해 베트남 학생의 증가폭이 가장 크다. 하지만 중국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머지않아 중국 유학생 수는 감소세로 들어설 것이 예상된다.

베트남 유학생은 2007년 1902명에서 2017년 1만4614명으로 약 8배 증가했다. 2015년부터 매년 거의 2배에 달하는 사상 유례없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혹자는 한류로 인해 많은 베트남 학생이 한국을 찾고 있다고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미래직업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400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큰 돈을 들여 한국에 와서 5~6년을 한국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단순히 한류 스타에 대한 동경심으로 유학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삼성을 필두로 약 5000여 개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고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직원이 필수적이며, 베트남 명문대를 졸업한 학생보다 한국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의 급여가 2~3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불법체류학생 비율 1위(숫자로는 중국이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베트남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는 대학들에는 가장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감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잘못 먹다가는 화상을 당하기 쉽다. 특히 베트남에 있는 한국 사람들 중에는 이것을 기회로 삼아 경험이 없는 한국의 대학에 접근해 많은 학생들을 보내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대다수의 학생들이 사라지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대학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유학생 모집에서 10%, 1%는 매우 중요한 숫자다. 만약 신입생 대비 불법체류학생 비율이 10%가 넘어가면 비자발급제한 대학이 돼 학교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만약 불법체류학생 비율이 1% 미만일 경우 비자인터뷰가 생략되는 등 그 특혜가 매우 큰데 100명 중 1명만 이탈해도 1%가 되니 한국 대학 입장에서는 이 불법체류학생에게 크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한국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 비자를 신청하는 베트남 학생들의 숫자가 폭주함에 따라 베트남의 한국대사관 비자업무 역시 폭주하고 있다. 비자접수를 위한 번호표를 뽑는 것조차 힘들어 경비나 수위에게 돈을 건넨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뷰까지 가는 기간이 수개월이며 한번 탈락하면 다시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므로 어린 베트남 학생들에게는 이 과정이 지옥 길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 그래서 불법체류율 1% 미만인 유학생관리인증대학(4년제 67개, 전문대 14개)에 학생들 지원이 넘치고 있다. 이런 힘들고 긴 과정이 대학의 입학허가서만으로 거의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대학들을 TOP 1% 대학이라 부른다. 한국 4년제 대학이 200개이므로 TOP 1%라면 2개 대학만 해당하겠지만 그만큼 선호도가 높다는 의미다.

불법체류유학생 원인은 한국에 잘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혹자는 이야기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대부분은 이미 베트남에서부터 불법체류를 계획하고 부모와 상의를 마친 후 한국에 와서 언어과정을 어느 정도 이수한 다음 등록금을 낼 때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베트남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경험이 많은 사람의 도움과 신뢰성이 있는 유학기관의 추천학생을 선발해야 위험이 덜하지만 아직까지는 베트남 유학회사 중에 이러한 신뢰를 확보한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어탁수(一魚濁水)는 '물고기 한 마리가 전체의 물을 흐림' 즉 ‘한 사람의 잘못으로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됨’ 을 비유하는 말이다. 불법학생들 비율이 높다고 하나 정상적인 학생의 비율이 90% 이상이니 나쁜 물고기 몇 마리에 의해 선의의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하루빨리 불법체류문제를 잘 해결해 한국 대학, 베트남 유학생, 한국 기업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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