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기자

“대학 폐교 원인을 연구하지 않고 사후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폐교대학) 교수들이 자살하겠다고 하고, 가정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점심 못 먹는다고 배고프다는 겁니까?”

21일 오전부터 이어진 폐교대학의 사후조치 및 법인 청산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예정보다 길어져 정오를 넘겼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토론회를 마치겠다는 좌장의 발언에, 이 자리를 찾은 폐교대학 구성원들은 너도 나도 손을 들고는 ‘이 말은 꼭 해야겠다’며 질의했다.

사실 질의가 아니라 절규에 가까웠다. 이날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정책연구 결과가 미비하다고 비판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연구진 역시 문제 해결의지와 연구 취지가 오해받는 상황에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연구진은 폐교대학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법과 제도가 받쳐주지 않아 강제·자진폐교 대학의 잔여재산 청산이나 구성원의 사회안전망이 전무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효과적인 자산 처리, 기존 또는 신설 기금 활용,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대안도 내놨다.

그럼에도 이미 폐교된 대학의 구성원들은 ‘우리는 안중에 없느냐’며 날선 말들을 쏟아냈다. 과거 폐교된 대학은 연구대상이 아니며, 앞으로 폐교될 대학의 후폭풍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발제자들의 발언도 비수처럼 꽂힌듯 했다.

이미 폐교된 16개 대학 구성원 개별 사례와 의견이 전체 대학 폐교 문제를 총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다가올 폐교 후폭풍을 먼저 겪은 사람들임에는 분명하다. 폐교 전후 상황과 주요 원인, 구성원들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역에 미친 영향은 어떤지 양적 통계뿐 아니라 사례들을 면밀히 수집해야 한다. 그래야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후폭풍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폐교대학 구성원들의 사회적 안전망은 가장 시급한 문제인 만큼 정부와 국회도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체불된 임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과 재원 마련을 위한 법·제도와 예산이 필요하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체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수년째 해결되지 못한 강사(비정규 교수) 문제와 폐교대학 교수 문제를 함께 해소할 수 있도록 교육학술 인력 풀(pool)을 조성하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한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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