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 고등교육은 19세기 말 문호 개방과 함께 시작됐다. 근대식 학교 제도가 유입돼 광혜원, 이화학당, 배제학당, 경신학교 등이 설립되었고 이들 중 일부는 점차 분화 발달해 현재의 대학으로 변모했다. 1926년에는 연희대학교(현 연세대),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이 전문학교에서 4년제 대학으로 전환됐고 서울대학교가 설립됐다. 해방이후 고등교육은 급속히 성장해 1990년대에는 불과 약 90년 만에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실현했으며 2017년 430개 대학, 학생 340만 명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우리나라 민주화 및 산업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진학률 하락으로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산업구조 및 직업세계의 변화와 계속되는 대학등록금 동결은 대학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어원을 살펴보면 University는 교수와 학자들의 공동체(community of teachers and scholars)를 뜻하는 라틴어 ‘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대학의 역할과 기능과 관련, 캘리포니아 대학 전 총장 클라크 커(Clark Kerr)가 1963년 종전의 상아탑 기능을 탈피한 ‘multiversity’란 개념을 제시했고 그 후 1990년대에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지역사회(community)와 대학(university)의 합성어인 ‘communiversity’라는 개념도 등장하게 됐다. 대학은 인류문화 발전과 문명사의 진전을 이루는데 엔진으로 작동해왔지만 그 변화의 속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시속 10마일의 학교가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을 준비 시킬 수 있겠느냐“면서 학교의 변화 속도는 시속 25마일로 달리는 관료 조직보다도 늦다고 비판했다. 유튜브를 보면 이러한 교육의 현실을 풍자 및 비판하는 동영상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150년 전 수동 전화기는 스마트폰으로 변하였고 마차는 자동차로 발전했는데 지금의 교실 모습은 150년 전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제 post-university를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기하급수적 변화(exponential change)를 예고하는 4차 산업혁명은 과학적 특이점(singularity)을 제시하며 post human까지 거론한다. 100세 시대가 일반화되고 실제 아날로그 공간에서의 삶보다 디지털 세상의 가상공간에서 살아가는 삶(virtual life)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학의 대응전략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제각각 개별대학 인프라에 기반을 둔 대학 간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대학 간 협업, 자원 공유, 연합 등으로 전환해 혁신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미래 세대는 인공지능과 어우러져 그들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들을 참된 지혜, 불굴의 용기와 회복 탄력성(resilience), 협업능력을 갖춘 도전하는 인간으로서 새로운 신화를 창출할 21세기 오디세우스형 인재로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도의 맞춤형 교수학습과 진로지도가 실현돼야 하며 대학의 IR 기능도 훨씬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multi’와 ‘community’를 넘어 Dvaiversity(Big data + Virtual + AI + University) 개념을 제안해본다. 모쪼록 이전 서밋을 통해 우리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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