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윤 인덕대학교 교수

▲ 오부윤 교수

대만은 국립과 사립대학 구분 없이 직업기술교육의 전당은 교육부에서 인가한 과학기술대학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대학으로 인가 받기위해서는 먼저 기술학원에서 숙련 단계를 거쳐야 한다. 현재 대만에는 전국에 걸쳐 총 61개(국립 12, 사립 49)의 과학기술대학이 있다.

이들 과학기술대학의 고등직업교육 내용, 산·학·연·관 관계, 교육의 수요자인 산업체의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 정도, 사회적 평가 등은 비슷하면서도 대학별 특색을 갖추고 있다. 대만 정부도 과학기술대학들이 직업교육 특성화를 갖추도록 다방면으로 평가, 장려하고 있다.

그중 최근 3년간 과학기술대학 평가에서 사립대학으로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수립한 대학이 있는데, 바로 룽화과학기술대학이다. 이 대학이 보여준 직업교육 프로그램, 산학협력 운영, 창의·창신∙창업의 특색 있는 ‘3창 교육’은 타 대학의 모범이 돠고 있다.

지역의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룽화과학기술대학 = 이 대학은 1969년 기업가 손민법(孫法民)에 의해 기계기술, 전기 등 4개 전공의 ‘사립룽화공업기예전과학교’에서 출발하였다. 그 후 사립룽화공업전과학교(1973년), 룽화기술학원(1998년)을 거쳐 2001년 대만 북부 지역에서는 최초로 ‘과학기술대학’으로 인가받았다.

현재 공정대학, 관리대학, 인문 및 디자인 대학 등 3개 단과대학에 14개 학과, 8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두고 있다. 재학생은 약 1만1000명으로 정규과정, 산업체위탁과정 등 다양한 학제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단과대학에는 연구센터, 인증센터 등 특색 있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개교 49년을 맞이하고 있는 룽화과학기술대학은 타이베이현과 타오위안시 경계에 위치해있다. 다른 과학기술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주변에는 많은 전통 산업체들이 산재해 있다. 대학 주변에는 린커우 등 4개 공업단지와 화야 등 2개 과학기술산업단지에 2000여 개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대만의 전통 산업체들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및 제품 개발, 우수한 인재 유치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룽화과학기술대학은 이 지역 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발전, 직업 의식 고취 및 자부심 함양을 목표로 지역 산업과 함께 발전하는 대학, 직업인 양성의 요람, 이 두 가지 특색을 견지하며 발전해왔다.

대학 설립자는 창학 때부터 기술직업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대한 열의가 남달리 강했다. 특히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술교육의 중요성, 직업인의 가치관 함양, 산학협력의 필요성과 대학, 대학인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01년 과학기술대학으로의 승격한 해를 제2의 창학으로 다짐하면서 교육의 목표를 ‘二不二要’로 새롭게 정립했다. ‘二不’은 기술직업인 양성에 중요하지 않은 두 가지, 즉 맹목적인 대학의 순위 경쟁과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인재 양성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졸업 후 기업에서 환영받는 인재와 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 좋은 대우를 받는 인재 양성 두가지에 주력(二要)하는 것을 대학의 가장 시급한 목표로 정했다.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은 직업교육의 품질 향상과 직업인의 가치관 함양을 통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도록 했다.

산업체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직업기술인 양성 = 첫째, 이 대학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은 주문식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 진행 과정은 우리나라의 주문식교육과 대동소이하지만 범위는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주문식교육은 모든 학과마다 코스 프로그램으로 개설하고 있다. 이를 특별히 산업체맞춤형프로그램(客製化)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은 교수와 학생, 산업체로 구성하고 있다. 과학기술대학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산학협력의 실질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문식교육은 단순히 교육과 취업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산업체와의 공동 교육 프로그램 개발, 평가 및 관리, 현장실습 제공, 기자재 공동 활용 등은 물론 기술 개발, 산업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컨설팅, 재직자 위탁교육, 전직 교육 등 교육과 취업, 연구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이 대학 통계발표에 의하면 2016년 기준 198개 산업체와 3000명 이상의 학생이 주문식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산학협력에 참여하는 교수는 전체 85%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산업체 위탁 야간과정 재학생이 4000명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인데, 주문식교육의 효과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학의 주문식교육은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직업인 양성을 넘어 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이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고 있다.

둘째, 기술직업교육의 고도화 전략을 들 수 있다. 창의·창신·창업, 소위 삼창(三創) 교육은 대만의 대학. 특히 과학기술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인재 양성 전략이다. 따라서 모든 대학에는 ‘삼창센터’를 두고 있다. 센터는 주로 교수와 학생들의 창의적 발명품을 상품화ㆍ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룽화과학기술대학은 학과 교육 프로그램 자체에 삼창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체와의 주문식교육, 산학협력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주문식교육에서 대학이 산업체에 제공할 수 있는 선물은 기술 개발과 참신한 아이디어다.

반면 기술적, 재정적 한계에 있는 산업체, 특히 중소기업들로서는 산학협력과 주문식교육을 통한 기술과 인력 지원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학인들이 취득한 특허를 관리, 유지하는데 비용 부담을 느끼는 대학의 입장에서도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 제공ㆍ시제품 개발ㆍ상품화 등은 기술교육의 사회화, 대학 인지도 제고 등 여러모로 이익이 많다.

셋째, 이 대학은 대중 매체를 통해 직업 세계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대학에서 제작 송출하는 직업방송프로그램은 매일 FMㆍAM 라디오를 통해 전국으로 송출하고 있다. 프로그램 편성과 진행은 문화창작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내용은 직업 소개, 직업인의 소양과 역할, 과학기술대학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 등 교양, 인문, 기초직업능력 등 다양하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는 데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학생 고객에 대한 관심과 배려, 존중에 전 교직원이 합심하는 대학이다. 특히 학생 고객에 대한 만족 서비스 제공에는 교수와 직원의 구분이 없다. 학습 장애물이 없는 캠퍼스 구축과 학습지원 교직원 열차 프로그램 운영이 그것이다. 총장부터 강의와 학생 상담을 맡을 정도로 학업, 진로, 생활, 취업 상담 등에는 교수와 직원이 즐겁게 동참하고 있다.

▲ 대만 룽화과학기술대학의 드론 기술 교육 (사진=대만 룽화과학기술대학)

산업체 대학 동반 성장 도모 =이처럼 대만 룽화과학기술대학은 고등 기술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교육적ㆍ사회적 소임을 다하면서 직업인 양성을 위한 특색있는 교육의 정도를 걷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대만 정부나 사회도 공감하고 있다.

2006년부터 12년 연속 교육부 평가 교육우수대학에 선정되었고, 6년(2012~2017년) 연속 교육부 모범과학기술대학 선정, 2년 연속(2015~2016년) 대만 《Cheers》 발표 총장 대학 경영 우수대학 TOP 20 등재, 《1111 인력은행》에서 조사한 기업이 가장 좋아하는 사립대학 중 3위, 산업체 고용주가 가장 만족하는 대학 조사에서는 지역 소재 과학기술대학 중 1위 등 찬란한 성적표를 받았다.

열악한 지역 환경과 산업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늘날 대만을 대표하는 사립과학기술대학으로 우뚝 선 룽화과학기술대학의 노력은 국경을 초월해 고등직업기술인 양성에 있어 교육의 목적성, 정합성 추구, 그리고 대학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직업교육의 품질 향상과 연구는 대학의 경쟁력을 넘어 산업체 기술 환경 변화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정부의 고민까지 덜어주는 대만의 과학기술대학들은 지역 산업 발전과 함께하면서 산업체의 경쟁력을 이끌어 주는 대학, 산업체가 의지하는 대학, 예비 기술직업인이 운집하는 대학으로 발전하는 모범 사례를 룽화과학기술대학을 통해 볼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