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 박주희 교수

우리나라 현장실습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네 차례에 걸쳐 논하였기에 이번 호에는 그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워라밸 세대가 원하는 현장실습 Match-Making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학생 관점에서는 가고 싶은 현장실습, 산업체 관점에서는 운영하고 싶은 현장실습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현장실습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현장실습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재고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학생과 사업체 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체는 현장실습에 있어 책임과 의무를 준수하는 동시에 현장실습 우수 학생이 취업 이후에도 산업체 발전에 기여하는 우수 인재로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현장실습 교육의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 관심과 투자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현장실습 수요 및 매칭의 대부분이 교원의 노동집약적인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71.3%의 전문대학이 현장실습정보시스템을 통해 현장실습 활동을 단지 형식적인 수준에서 관리하는데 그치고 있어 수요-공급의 시장(市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시장성 부족은 현장실습 이해당사자 간의 실습 내용, 실습비 지원 조건 등에 대한 사전협의 등에서 커다란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열정페이 등 노동력 착취 논란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장애를 개선하는 데에 있어서 61.7% 대학이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나타낸 Match-Making 시스템은 하나의 대안으로서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현장실습을 매개하는 정보시스템의 운영 주체에 대한 현장실습지원센터 대상 설문에서는 국가 운영사이트 통합(워크넷, 커리어넷 등 연계) 51.7%, 현장실습거점센터(기능 및 역할 강화) 39.7%, 산학협력 마일리지 관리 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 3.2%, 취업포털 등 전문산업체 아웃소싱 5.2% 등으로 나타나 추후 실제 운영 주체 결정 시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결론적으로는 지금 운영 중인 전문산업체들과 공공기관들이 상호 정보 협력을 통해 현장실습 매칭 및 현장실습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실제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현장실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해당사자 간 열정페이 등과 같은 논란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며, 교원 업무 경감을 통해 학생지도 등 교육 품질 향상과도 연계될 것이다.

현장실습 수요 및 매칭에 대한 시장성 확보돼야

현장실습정보관리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도 그것이 활성화되려면 현장실습 수요 및 매칭에 대한 시장성이 확보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과 산업체 간 사전 협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조율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① 현장실습을 통해서 학생들이 얻고자 하는 역량 ② 현장실습에 임하는 학생이 바라는 분야, 업무 내용, 실습 여건 등 ③ 산업체가 바라는 현장실습생의 준비 사항, 인재상 등 ④ 산업체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지원비, 취업 연계성) 등이다.

미국ㆍ캐나다 등 대학생 현장실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선진국의 기업에서는 현장실습을 통해 검증된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조기에 확보하는 채용 문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확산돼 있다. 우리나라의 현장실습 또한 취업 연계성을 높여 새로운 고용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및 내실화가 요구된다.

두 번째, ‘국가현장실습지원센터(가칭)’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차원의 현장실습 지원체제가 필요하다. 국가는 전문대학 현장실습 지원에 직업교육의 책무성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전공별ㆍ지역별 산업체의 수요를 파악해 현장실습을 나가고자 하는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현장실습 환경을 제공해주는 국가기반의 현장실습 지원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권역별 중점센터 및 전공별 자문단을 구성해 지역별 연간 현장실습 필요인력을 예측해 인증된 우수 실습기관을 발굴하여 매칭시켜주는 것은 물론, 현장실습 참여 학생을 지도하는 전문인력(현장실습코디네이터)을 지원, 관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전공별 자문단을 구성해 해당 전공별 대학 현장실습지도교수와 실습기관 현장실습담당자와 함께 현장실습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 콘텐츠 및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현장실습의 질 제고를 위한 정기적인 간담회 및 평가보고회를 주최한다. 동시에 실습기관에는 합리적인 인센티브 제공 방안, 현장실습 지도사(교육전문가) 지원 및 재교육 등과 같은 적극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위의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장실습 우수 산업체 협약ㆍ인증 및 질 관리를 위한 국가 책임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유관기관을 적극 운용해 지속적인 현장실습 관련 연구 및 포럼(세미나) 개최, 현장실습 관련 인증 추진, 우수사례 발굴 등을 통한 국가 책임 관리를 강화하고 현장실습 질 관리 인증 및 우수한 산업체를 관리함으로써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문제 등을 해결하는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실습이수율 등의 정량적 지표를 통한 결과중심의 평가 정책을 넘어 정부-지자체-실습기관-교육기관이 현장실습을 엄연한 교육의 일환으로 인식해 중장기 지원 정책 중심의 재편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체 필요와 학생이 원하는 현장실습 모델에 대해 국가(정부)와 대학, 기업 간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그리고 새로운 현장실습 교육 방법과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4차 산업혁명 대비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직무 숙련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에듀블록(Edu-Block) 기반의 현장실습 인증 체계 구축이 대두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출신 대학보다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숙련도)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는데, 이에 따라 MOOC와 같은 공개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되고, 에듀블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분야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한편 학습자 중심 자기주도 학습 방법과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적용한 인터랙티브 리치 미디어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마이크로 러닝 기반의 현장실습 교육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 러닝은 한 수업당 주제를 세분화하여 수업 시간을 90초 미만으로 하고 아무리 길어도 4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은 모든 교육에 적용돼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학습을 가능케 할 것이다. 국가 주도의 실습 인프라 확충을 통한 (학습중심의) 수업 도입으로 현장실습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실습 불가능한 분야(수술실, 위험한 현장환경 등)에 최신기술(VR, AR 등) 적용을 통하여 다양한 현장실습 콘텐츠 개발 및 공유를 할 수 있도록 국고지원 및 관련 전문가 양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단기 현장실습을 통해 전문대학 학생들의 직무능력성취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문대학 1+1 Step 산학일체형 현장실습 교육‧훈련 운영 모델(이하 1+1 Step Co-op)’을 제안하고자 한다. 1+1 Step Co-op 모델은 전문대학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는 방식으로 학생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현장실습 교육 하나를 선택하고, 학생 스스로 필요시 하나를 더 이수할 수 있는(1+1) 특징을 갖고 있으며, 참여 학생과 산업체에 실질적인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방안을 구체화 및 체계화한 결과물이다. 세부 운영 방안은 5가지 유형으로 분류 가능하며 선택적으로 현장 체험ㆍ견학을 운영할 수 있다.

모든 교육은 그것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숙고가 이뤄진 후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녀교육에 있어 무조건적 사랑을 통한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때 비로소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격체로서 자라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대학교육도 평가중심의 정책이 아닌 학습자가 한 사람의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지원중심의 정책으로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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