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경 대구가톨릭대 수업학적팀 직원

안(安): 안분지족(安分知足), 당신의 대의(大義)와는 거리가 멀었던 삶.

중(重): 중족측목(重足側目), 일제의 위세에 눌려 조국광복의 빛을 점점 잃어가던 그때, 당신의 그 큰 뜻은 겨레의 새로운 희망의 끈이 돼 주었습니다.

근(根): 근고지영(根固枝榮), 뿌리가 굳건해야 가지가 무성할 수 있듯 당신의 숭고한 애국충정과 고귀한 희생정신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몇 해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계승하고, 그 유지를 선양하기 위해 개최한 ‘안중근 삼행시’ 공모전에서 필자가 제출해 교직원 1등상을 수상한 삼행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 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는 높이 195cm의 청동으로 제작된 안 의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2011년 5월 제막식을 가진 이후 늘 그 옆을 지나칠 적마다 안 의사의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을 마음에 기릴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8주년이 되는 날이다. 따뜻한 이 봄날에 다시 안 의사의 고귀한 희생과 삶을 떠올려 본다.

조국과 민족의 앞날을 위해 개인의 안위를 포기하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민족의 제단에 바쳐질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했던 그분의 숭고한 뜻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안분지족(安分知足)과는 거리가 멀었던 안 의사의 삶, 조국 광복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암울했던 시절 조국의 등불을 밝히고 동포와 후손들의 안녕을 위해 생전 다양한 모습으로 본인 한 몸을 희생했다.

수많은 모습들 중 특히 필자의 가슴에 깨달음을 주는 모습이 있다.

첫째 ‘교육자’의 모습이다. ‘국토와 국민이 흥하게 해서 나라를 일으킨다’는 뜻으로 진남포 삼흥(三興)학교를 설립하고 돈의(敦義)학교를 인수해 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에 온 힘을 기울였다. 무지한 백성과 젊은이들을 깨우쳐 구국영재를 양성하고 자주정신을 심어줘야 함을 늘 강조했다. ‘의로운 군인’의 모습도 있었다. 주권을 잃어버린 조국을 위해 이역만리 러시아땅에 독립군부대 ‘대한의군’을 결성하고, 스스로 독립대장이 돼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둘째 ‘숭고한 애국자’의 모습은 당연하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개인의 목숨을 희생할 각오를 했다. 그런 마음으로 하얼빈을 찾아가 한일강제합병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이 밖에도 필자가 생각하는 안 의사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동양평화론’을 통해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상황에서 조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의 자주와 평화를 무엇보다 강조한 ‘평화주의자’이고,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대의(大義)를 실행했던 ‘실천하는 사상가’였다.

1909년 10월 26일, 의거 전날 밤 자신의 굳은 뜻을 담은 시 장부가(丈夫歌)를 지으며 동포의 큰 뜻을 이루길 천명하고, 뤼순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는 중에도 《안응칠 역사》《동양평화론》같은 훌륭한 유작을 남겼으며, 처형 전 재판과정에서 재판소 내의 어떤 기세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원흉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밝히었다.

일제에 위세에 눌려 많은 사람들이 중족측목(重足側目) 하던 시절, 안 의사의 삶은 일제의 탄압과 망국의 설움 속에서도 민족과 동포들에게 독립에의 희망을 잃지 않게 했으며 광복 이후 겨레와 후손들이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의 끈이 돼주었다.

근고지영(根固枝榮), 뿌리가 굳건해야 가지가 무성할 수 있듯 안 의사의 숭고한 애국충정과 고귀한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따뜻한 봄이 다시 돌아왔다. 올해는 온도계의 눈금만 올라가는 봄이 되지 않기를, 안 의사를 비롯한 이 땅의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뜻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독자기고를 환영합니다. 200자 원고지 10.5매 분량, 연락처를 명기해서 opinion@unn.net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