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연구정보센터 ‘긴급설문’, 과학기술인 947명 응답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추진하는 국가연구개발(R&D)사업 규제 개선에 대해 연구자 84%가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기계·건설공학연구정보센터(MATERIC), 기초과학연구정보센터(ICBS),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 전자정보연구정보센터(EIRI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발표한 ‘국가 R&D 규제혁파 방안’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동안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947명이 응답했다. 대학에서 511명(54%), 교수(39%)와 책임급 연구원(26%) 등이 설문에 응했다.

과기혁신본부의 R&D 프로세스 규제 혁파에 대해서는 응답자 343명이 ‘매우 긍정적’(36%), 458명이 ‘긍정적’(48%)으로 평가했다. 보통은 104명(11%),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2명(4%)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차평가 폐지, 자발적 연구중단 허용을 비롯한 행정부담 완화(연구수행‧평가), 연구 외적인 행정기능 분리, 사후적발 중심의 관리행정을 개편하는 연구관리 정책이 다른 제도 개선보다 현장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문은 규제 혁파 정책별로 자신의 연구에 미칠 영향력과 과학기술계 전반에 미칠 중요성을 5점 만점으로 물었다. 평가부담 완화와 연구관리 정책 모두 전체 평균 점수 4.3점을, 중요성은 4.4점을 받아 가장 높았다.

주관식 설문에서는 연차평가 폐지를 두고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으나 신뢰성을 저하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제 검토에 참여한다고 밝힌 한 응답자는 “연차평가가 없을 시 실제 연구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이번 정책이 ‘좋은 방향’이라고 밝힌 한 연구자는 “선정평가의 공정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며 “선행연구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을 없애야 한다.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말처럼 잘 나가는 연구실에 연구비가 몰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연구와 행정업무를 분리하기 위한 전담인력 배치 시 노동안정성을 보장해 줄 것, 산학협력단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것 등의 선행 조치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규제 혁파 정책도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모과제 제안요구서(RFP) 개편 등 과제 참여 기회 확대(기획‧공모)는 영향력 3.8점, 중요성 4.2점을 받았다. 금전적 손실에 대한 연구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제재조치 개선은 영향력 3.9점, 중요성 4.1점으로 집계됐다.

한편 연구비 관리시스템 통합과 연구 전주기 정보 통합관리 등 부처별 R&D 시스템 통합은 8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매우 긍정에 327명(35%), 긍정에 447명(47%)가 응답했다. 보통은 142명(15%), 부정은 24명(3%)이 답했다. 영향력과 중요성은 평균점수 4.0~4.2점으로 고르게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강수 BRIC 실장은 “연구자들은 과기혁신본부의 이번 혁신안을 두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고칠 수 있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다만 세부적인 의견들은 소속, 입장에 따라 달리 바라보는 듯한데, 이 같은 ‘디테일’은 앞으로 과기혁신본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결과와 같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혁신안을 바라본다면, 관계 법령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29일 BRIC 등 5개 연구정보센터는 과기혁신본부의 R&D 프로세스 규제 혁파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참여자 구성 분포. (자료=생물학연구정보센터)

아래는 이번 설문에 응한 현장 연구자들의 주관식 답변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설문 결과와 의견 전문은 BRIC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잦은 평가로 인한 비효율·행정부담 완화 개선안에 대한 문제점, 부족한 점, 개선점

: “기초연구과제와 산업화(원천)과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원천 과제의 경우 특허가 대단히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성과 판정을 과제 종료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실질적인 평가자가 과제의 선정 및 평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평가자에 의한 평가가 지양돼야 하며 과제의 특성에 따른 과제 선정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대학에서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플랫폼, 아이템의 경우 과연 제 3 공인기관의 결과를 어떻게 도출할 수 있겠는가. 만약 R&D의 결과물이 특허로 도출됐을 때는 양산, 일반적인 마케팅을 통한 사업화가 어렵다. 그런데도 평가 시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아주 많다.

기존에 있지 않은 기술을 개발할 때도 비교 제품을 제시해 비교를 하라는데, 이는 신기술을 개발할 의지가 없는 것이며 단순히 후발 주자로서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표방하는 글로벌화와는 상당히 모순되는 것이다. 과제 선정시 탈락과제에 대한 기회를 보장하고, 연구 제안자에게 단기간의 연구기회를 주어 연구 진행여부를 비전문가가 아닌 연구자에게 보장해 주는 것도 아주 바람직할 것이다.“

: “최근 R&D 상황을 보면 R&D를 시작하기 전에 결과를 내놓는 것과 같다. 진행해 봐야 이게 적절한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게 많다. 첫 계획부터 연구비나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하면 추후에 이를 수정하기 어렵다. R&D는 개발이다. 답습이 아니다.”

: “연차평가 폐지 및 간소화는 좋은 방향이다. 단, 이럴 경우 선정평가가 중요해지는데, 선정평가의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선정 평가시 선행 연구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을 없앴으면 한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처럼, 잘 나가는 랩에만 연구비가 몰리게 될 수 있다. 선행 실적은 부족하더라도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분도 있다. 또 월 3회로 제한된 평가횟수도 1년에 36회 등으로 완화해야 한다. 평가가 특정 월에 집중돼 왔다, 월 3회로 제한하다보니 기관 차원에서 평가자를 섭외하기가 너무 어렵다.“

■ 연구 외적인 행정부담 유발 규제 혁파 개선안에 대한 문제점, 부족한 점, 개선점

: “행정업무 전담인력 배치 시, 그분들이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안정성을 보장해주면 좋겠다. 대학 내 산학협력단 인력의 정규직 비율은 10%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중에서 50%는 2년 이내 근무자다. 이는 그만큼 산학협력단 내 직원의 이직률이 높은 것이고, 새로 배치된 산학협력단 직원들은 업무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연구자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 연구비에 따라서 행정지원 전담인력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취지는 좋으나 결국 연구자들로서는 간접비는 간접비대로 행정직원에 내면서 일은 연구자가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E : “인건비, 기자재비, 재료비 등 연구비 비목 간에 ‘칸막이’를 설정하고 이를 변경할 경우 전담기관의 사전승인을 받게 함으로써 연구비 부정사용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인건비, 직접비, 간접비 등 4~5개 정도로 간소화 하고 이외의 세목에 대한 내역제출을 폐지해 사전승인 없는 자율적인 변경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연구비 부정사용을 사후 적발시에는 해당 참여연구자는 국책사업 참여연구원으로서의 참여를 영구히 중단하게 함으로써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민간과 대학의 경우, 자체적인 연구비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 연구비 부정사용이 발생하더라도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과제수행 기관별 특성에 따라 이를 막을 수 있는 차별화된 방식이 필요하다.“

F : “다년도 협약의 피해자는 연구책임자라기보다 현장의 학생들과 연구원이다. 계속 과제의 연차협약을 매번 해야 하면 인건비 지급이 늦어진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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