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다 알고 있는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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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1543년 8월 25일 새벽, 정체불명의 배 한 척이 일본의 남쪽 115km 거리에 있는 작은 섬 다네가시마 해변에 표착했다. 이 배는 남·동 중국해를 무대로 밀무역을 하던 안휘성 출신 대두목 왕직이 이끄는 배로 1543년 8월 선단을 이끌고 중국 광둥성 양쯔강 하구 영파로 가던 중 태풍을 만나 일본 다네가시마 해변에 표착한 것이었다. 이 배는 당시 일본으로서는 처음 보는 대형 범선으로 100여 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대부분이 명나라 사람들이었지만 3명의 서양인이 섞여 있었다. 포르투갈 사람으로 밝혀진 이들은 모두 80cm 정도 크기의 철주 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데 철포, 즉 소총이었다.

파손된 배를 수리하고 승객들에게 6개월간 치료와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2정의 철포를 넘겨받은 도주는 대장장이에게 철포의 복제를 명한다. 그리고 몇 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결과 원본과 동일한 성능의 총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다. 이 총은 다네가시마 섬이 소속된 작은 지역의 영주에 불과했던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일본 열도를 천하통일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이후 뒤를 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 조선은 사정없이 유린당하게 되는데 당시 영의정이었던 유성룡은 그의 징비록에서 “이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문만 숭상하고 무는 천하다고 하여 입에 올리는 사람조차 없다. 적의 장점은 화포이고 우리가 패한 것도 화포 때문이다”라고 한탄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이전에 조선은 이미 조총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더 안타깝게 한다. 1590년 3월 대마도 도주는 조선의 왕에게 철포를 진상한다. 선조는 진상 받은 철포의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명한다. 철포를 확인한 결과 철포는 발사음이 크고 탄환이 200m쯤 날아가지만 50m 근거리가 아니면 치명상을 가하지 못한다. 철포는 비 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이면 화약의 조합이 어려워 사용의 한계가 있다. 철포는 발사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반면 조선의 활은 200m 거리에 있는 적의 가슴을 꿰뚫을 수 있고 20~30발의 화살을 계속해서 날릴 수 있다고 보고한다. 이후 진상된 철포는 군기사에 처박혀 버린 후 아무도 존재가치를 모른 채 묻혀버린다. 철포의 가능성보다 철포의 단점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철포는 전래 50년 만에 세계에서 명중률이 가장 높은 병기로 발전하게 되고 날아다니는 새도 명중시킬 수 있다 하여 조총으로 불린다. 우리가 ‘막무가내’ ‘앞뒤 분간 없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무대포(없을 무에 철포(일본말로는 ‘뎃뽀’, 우리나라에서는 ‘조총’)가 결합돼 만들어진 말이다. 조선은 임진왜란 중에 훈련도감을 설치해 조총을 연구하고 날쌘 병졸 수천 명을 선발해 조총 쏘는 법을 가르친다. 조선이 조총의 가능성을 알고 미리 준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시 조선은 교육이 강한 나라였다. 수도인 한양에는 성균관이 있었고 각 지방에는 현재의 국립대학과 동일한 향교가 350여 개나 있었으며 지금의 사립대학인 서원이 400여 개 있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사서삼경을 공부하고 있었다. 교육이란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 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과 율곡 이이 선생의 송담서원 그리고 서해 유성룡 선생의 병산서원 등 수많은 서원과 향교가 있었지만 정작 역사의 흐름은 잠들어 있는 조선을 지나쳐 버렸다.

준비할 때를 놓쳐버려 울부짖는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아야 했던 조선의 서원과 향교들처럼 오늘의 대학들이 사서삼경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학 구조개혁 준비에 밀려 정작 해야 할 역할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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