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 주현재 교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2015년 개봉한 일본의 동명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은 비록 흥행하진 못했지만, 두꺼운 마니아층을 만들었을 만큼 웰메이드 영화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의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줄거리를 재구성하고, 한국 자연의 사계절을 모두 담아내는 '리틀 포레스트'의 한국화를 시도했다.

임순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본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어 연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평론가들의 호평과 영화를 통해 평온함과 위안을 얻었다는 관람객들이 상당수인 것을 보면 감독의 연출 의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생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혜원이 가졌던 목표는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필기시험으로 합격여부를 가리는 임용고시의 특성상 그녀는 노량진으로 보이는 학원가에서 인스턴트로 하루 세끼를 해결하며 암기식, 주입식 학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험 최종 결과는 불합격. 혜원은 절망한다. 결국 그녀는 한겨울에 고향 집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고등학교 졸업까지 엄마와 단 둘이 살던 집에는 이제 아무도 남아 있지 않고 홀로 생활해야 하는 처지임을 깨닫는다. 말 그대로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혜원은 씩씩하게 장작도 패고, 농사를 지으면서 독립적으로 삶을 살아낸다.

나는 영화 속에서 그래도 혜원의 엄마가 딸에게 몇 가지 훌륭한 교육적 자산을 남겨주고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독립심이다. 극 중 혜원은 뭐든지 혼자서 해보려고 도전한다. 시골에 살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혜원 엄마의 교육방식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도 남에게 쉽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시도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강한 자립심을 엿볼 수 있다.

둘째, 회복탄력성이다. 영어로는 Resilience라고 불리는 이 개념은 최근 들어 심리학, 교육학계 등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혜원은 남자친구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종 시험결과는 남자친구는 합격, 그녀는 낙방이었다. 혜원은 크게 낙담한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인 시련과 실패의 상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혜원은 낙심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어렸을 적 잠시 왕따가 됐을 때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존감을 서서히 회복시켜 나갔다.

셋째, 부지런한 생활습관이다. 극 중 가장 많이 등장 하는 장면은 혜원의 요리와 식사 장면이다. 혜원은 매번 정성스레 식사를 준비한다. 맛좋고 훌륭한 요리에 부지런함은 필수 재료다. 어린시절 엄마에게서 요리를 배운 혜원은 자연의 식재료와 함께 시간을 들여 자신과 타인을 위한 한 끼를 준비한다. 혜원의 엄마는 부지런히 준비한 요리로부터 얻는 만족감과 행복을 일찍이 느끼게 해줌으로써 딸에게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체득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도시생활의 분주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속에서 휴식하는듯 한 기분을 느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교육적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우리 현대인들은 끝없이 남들과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구조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의 결과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한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인생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시련과 실패의 아픔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까.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던 차에 근대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스탈로치가 떠올랐다. 페스탈로치는 일찍이 노작교육을 통한 피교육자의 전인적 인간형성 발달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자연의 길은 교육의 원천이며, 인간의 본성을 흡족히 채워주는 밑바탕"이라고 역설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학교에서 지식중심주의 교육풍토가 당연시되면서 조화로운 인간형성이라는 교육의 가치는 오래전 퇴색한 게 아닌지 반추해보게 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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