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입시가 다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건물마다 붙어 있는 대형 현수막보다, 출근길 지하철 역 앞에서 받는 예비후보들의 명함보다 입시 기사 하나가 선거철을 더욱 체감케 한다.

수능 최저기준 폐지와 정시 확대라는 최근 논란이 된 두 개의 사건은 사실 입시에서 큰 변수는 아니다.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감소한다. 따라서 교육부의 이번 정시 확대 요구는 실수치를 고려한 ‘보정’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사건들이 ‘표’ 때문에 벌어졌다는 의심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1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전국의 입학처장들을 만났지만 축사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만찬에서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신임 회장인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과 따로 대화를 나눴지만 주52시간 적용에 따른 입학처의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지 정시 비율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인 29일 여당의 초ㆍ재선 의원들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를 제안했고 같은 날 박 차관은 전화로 대학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청했다. 타 매체의 보도처럼 당·정 간 반목에 의해서든 혹은 동의에 의해서는 시발점은 ‘표’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정시 비율은 지난해 발표 예정이었던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이 1년 연기된 직접적인 이유일 만큼 사회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빚은 중대한 사안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그 어떤 진지한 고민과 심도있는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 공론화 과정도 생략돼 버렸다. 오로지 비공식 루트인 전화 한 통으로 정시 비율이 확대된다는 점에 실소를 머금게 된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이끌 인재상을 설정하고 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장기적 안목과 계획이 필요해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상황에서 자원이라곤 인간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미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인지, 그 인재상을 어떻게 키워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전형의 비율은 그 비전에 맞춰 설정해야지 비(非)교육적 요소가 개입되면 이견이 발생하고 정권에 따라 다시 바뀌는 ‘오년지대계’가 되풀이될 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충분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게 될 미래의 대한민국에 돌아간다.

등급제·절대평가·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 등 역대 모든 정권은 제 입맛에 따라 입시정책을 바꿔왔다. 그 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불필요한 경쟁, 대학 서열화와 같은 고질적 병폐도 해소하지 못했다. 이제는 정치와 입시가 연결되는 ‘정입유착’의 고리를 끊고 미래 대한민국을 견인할 인재 양성에 적합한 입시전형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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