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총장 해명 “인간 존엄성 반하는 연구 하지 않을 것”

▲ 토비 월시 UNSW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해외 저명 인공지능(AI) 학자 50여명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화시스템의 공동 연구에 우려를 표하며 공동연구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양 기관이 합작해 설립한 KAIST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가 공격용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이들에게 서신을 보내 연구센터 설립 목적이 살상용 무기 또는 공격용 무기 개발에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현지시각 4일(한국시각 오후 11시) 토비 월시(Toby Walsh)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인공지능)를 대표로 하는 29개국 AI학자 59명은 이같은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인간의 의미 있는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가 결여된 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KAIST 총장이 할 때까지 우리는 KAIST의 어떤 조직과도 공동연구를 전면적으로 보이콧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UN이 군비증강 위협을 줄일 방안을 논의하는 시점에 KAIST 같은 명망 있는 대학이 군비경쟁을 가속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 무인항공기(드론) 모습.

5일 KAIST에 따르면, 신성철 총장은 지난 4일 서한을 발표한 학자 전원에게 해명 서신을 발송했다.

신 총장은 서신에서 “KAIST는 치명적인 자율무기 체계와 ‘킬러 로봇’ 개발에 관여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다”며 “AI를 포함한 모든 기술의 적용에 대한 윤리적 우려를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AIST는 인권과 윤리적 기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연구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월 KAIST와 한화시스템은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를 개소했다. KAIST는 이 연구센터의 설립 목적이 살상용 무기, 공격용 무기 개발에 있지 않으며, "방위산업 관련 물류시스템, 무인 항법, 지능형 항공훈련 시스템 등에 대한 알고리즘 개발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무기개발 시스템 하에서는 대학이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토비 월시 교수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2050년 기계가 인간의 두뇌를 앞서는 ‘특이점’이 올 것으로 내다본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지난 2015년 국제 인공지능 학회에서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함께 AI를 활용한 군사용 로봇 상용화에 반대하는 서한을 작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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