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대비 혜택 미흡"…취업 경쟁력·수업 선택권 불만

우골탑(牛骨塔). 대학 등록금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 표현은 생산수단인 소를 팔아 자녀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학부모의 교육열을  나타내며, 대학은 그 등록금으로 건물을 지어 올린 것 아니냐는 풍자도 담고 있다. 연 4조원 규모로 투입되는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제도는 확대되고 있지만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현재 등록금과 대학재정 현안 쟁점을 객관적으로 짚고, 이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상> 대학 등록금은 왜 비싸게 느껴질까
<중> 그래픽으로 보는 정부 재정지원의 허수
<하> 다시, 국가장학금 2유형 존폐론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정책이 본격 시행된 지 올해로 6년째 접어들었다.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홍보했지만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인천광역시 주안역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씨(61세)는 자녀가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각각 진학했다. 등록금도 김씨가 모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고 답했다. 김씨는 “사립 중·고등학교에 다녔거나 고가의 사교육을 받지 않은 이상, 대학 등록금은 교육에 들어가는 가장 목돈”이라면서도 “대부분 부모라면 아들딸이 대학을 졸업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정이 되는 한 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 교육을 받은 재학생과 졸업생은 어떨까. 대구 모 사립대 재학생 조모씨(24세)는 연 평균 700만원의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답했다. 등록금을 내는 만큼 받는 혜택이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조씨는 “일반적으로 사립대 학생들은 등록금을 낸 금액만큼의 혜택을 덜 돌려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 등록금이 800만원대인 서울 사립대 재학생 유모씨(22세)는 “국가장학금이나 교내장학금, 근로장학금이 늘어나 개인적으로는 대학에 ‘다닐 만 하다’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등록금은 비싸다고 말했다. 유씨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최소한 사람 구실을 하고 취업이 가능하다’는 사회 인식 때문에 대학에 왔다. 동시에 대학을 다니면서도 학위가 필요 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공립대 학생은 달랐다. 수도권 국립대를 졸업하고 스타트업에 취직한 최모씨(25세)는 “한 학기당 평균 6~7개 수업을 들었는데, 한 학기 등록금을 수업 수대로 나눠보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이나 인근 역까지 무료 셔틀버스, 빈 강의실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어서 비싸다는 답변도 나왔다. 서울 소재 사립대를 졸업하고, 취업 후에도 사이버대와 특수대학원에 진학한 안모씨(41세)는 “투자한 만큼 결실이 있어야 하는데 취업은 어렵고 대졸자는 많다. 고용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서 더 비싸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사총협 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은 입학금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국대학신문 DB>

■대학 등록금은 얼마나 비싼가 = 한국 대학의 졸업장은 해외 대학보다 비쌀까? 프랑스ㆍ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대부분 국립대학 체제이기 때문에 사립대 비중이 80%에 달하는 한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황이 비슷한 미국ㆍ일본ㆍ호주 세 국가는 한국과 함께 등록금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다.

OECD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7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에 따르면 2016학년도 한국 사립대 등록금(8205달러)은 미국(2만1189달러), 호주(1만242달러), 일본(8428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에 따라 4년 전 2위에서 점차 순위가 낮아지긴 했다. 국공립대 등록금(4578달러)의 경우 미국, 칠레, 일본, 캐나다, 호주 다음으로 6위를 기록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다. 등록금 외에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추가 지원받는 교육혜택 규모를 가리키는 지표인데, 한국은 OECD 평균(1만6143달러)의 60%에 미치지 못하는 9570달러(1015만원 상당) 수준이다. 등록금은 4번째로 높지만 추가혜택은 15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교육비가 대체로 국가 경제력에 정비례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공립대가 다수인 유럽은 정부가 그만큼 고등교육 재정을 투자해 왔으며, 사립대가 많은 국가는 등록금을 인상해 충당한 것이 차이점이다. 결국 국가별로 대학교육을 정부가 책임지는지, 시장에 맡기는지에 따라 등록금 가격은 확연히 차이를 보이게 된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국내 대학의 평균 등록금도 물가상승률과 GDP 상승비율에 비례해 올랐다”며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국가가 성장해온 만큼 대학교육을 보편교육으로 인정하고, 양질의 교육과 등록금 인하를 위해 투자 재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낮은 경쟁력,수업 질…등록금은 사회구조적 문제 = 기자가 만난 대학생과 졸업생이 공통적으로 불만스럽다고 지적한 부분은 수업 선택권이었다. 등록금을 내고도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불만이다. 수강신청 경쟁은 운이 따라야 하는 ‘복불복’이고, 교양수업은 교수 1명이 100여 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이른바 ‘콩나물 강의실’ 문제가 고질적이다.

대학들은 재정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충청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평가 영향으로 20명 이하 소규모 강좌는 늘리고 대규모 강좌는 줄이고 있다”면서도 “수요가 많은 수업을 여러 개 마련하고 대형 강의를 쪼개려면 교수·강사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재정이 열악해지고 정부 국고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전임교원 강의비율이 높아야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새 학문을 전공한 강사를 채용하기보다 기존 교수가 담당하는 강의 수를 늘린 것이다. 교수 1명이 전공분야가 아닌 수업 3~4개를 맡게 되니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도 자연히 떨어졌다.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은 2000년대 이후 사회경제적 구조와 맞닿아 있다. 1998년 IMF 위기 이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취업 경쟁이 격화된 것이다. 대학 졸업장은 기본이라는 인식이 높아지자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7.8%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대졸 학력이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고, 취업한 후에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뒤에야 진학률은 2016년 70% 이하로 떨어졌다.

‘대학이 등록금을 교육에 쓰지 않고 적립했다가 건물을 올린다’ 등 대학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154개 사립대의 적립금 8조원 중 60%는 18개 대학에 쏠려있다. 이들 대학은 외부로부터 받은 목적성 기금이라 변경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학생·시민단체는 대학들이 등록금 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도한 이월적립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BOX]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과 서울시립대형 반값 등록금
소득분위 산정 놓고 공정성 논란 끊이지 않아…
“단순하며 체감도 높은 정책 새로 고민해야”

1989년 노태우정부의 사립대 등록금 책정 자율화 정책 이후 대학 등록금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인상됐다. 특히 2000년대에는 초봄이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개나리 투쟁’이 일어났고,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위가 대학가를 휩쓸었다.

대학등록금 동결·인하를 요구하는 정치·사회적 요구가 높아지자 등록금 인상 추세는 멈췄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현재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정책을, 민주통합당(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법정 교부금 지원을 통한 등록금 인하, 즉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는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정책을 도입, 학생의 가계 소득에 따라 10개 분위로 나누고 소득수준이 낮은 학생들부터 등록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은 유지됐다. 교육부는 올해 6분위까지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오히려 매번 소득분위를 산정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체계에 대한 불만은 남아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보다 가정형편이 나은 친구는 국가장학금을 받는데 나는 받지 못한다”는 뒷이야기가 돌면서 소득분위 산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편복지가 아닌 빈곤계층 중심의 공적부조라는 한계도 지적받고 있다.

운영비 절반을 지원해 고지서상 등록금을 인하한 서울시립대형 반값 등록금은 단순하고 체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호응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교육재정 투자를 충분히 늘려가기보다 운영비만 지원하는 형식은 강의와 학생 서비스 질을 떨어뜨렸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은 다른 나라에 없는 유일무이한 제도다. 유럽 선진국은 대학에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고, 사립대가 많은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은 저소득층에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체감도 높은 정책을 다시 고민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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