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큰 변화 어려워

박춘란 교육부 차관의 ‘전화 파동’ 이후 수도권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 눈치에 정시 비율을 소폭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박춘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한 전화 통화 이후 각 대학들은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를 확대하거나 확대를 검토 중이다. 당초 시행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려던 고려대와 서울대도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대학들이 올리려는 정시 비율은 ‘대혼란’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확정 발표한 연세대는 기존보다 정시에서 125명을 더 뽑는다. 비율로는 3.6%다. 한국외대도 39명 늘어난 1224명 정도 수준이다. 비율로는 채 4%를 넘지 않는다.

이는 타 대학도 마찬가지다. 고려대도 2% 내외 변동을 계획 중이다.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10% 이상 올리겠다고 알려졌지만 2019학년도 전형계획 기준으로 각각 정시 선발 인원이 320명, 705명 정도여서 10%를 늘려도 30명에서 70명 수준에 그친다.

대입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학생들은 중3일 때 내가 치를 대입전형을 파악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안정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다. 수시전형 위주 대입전형이라는 틀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대입을 준비해온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를 현 단계에서 큰 폭으로 바꿀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조금씩이라도 비율을 조정하는 이유는 교육부 눈에 벗어나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교육부 차관이 직접 요청을 했는데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입학처장은 “차관이 전화를 했다. 안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더 나아가 대학기본역량진단 등 대학가의 중요한 평가가 남아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교육부의 요구를 무시했다가 혹여라도 밉보이면 입학사정관 인건비가 걸려 있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정성평가가 이뤄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입학처장은 “안 그래도 대학 재정이 어려운데 돈 걸린 사업 앞두고 배 내밀 대학이 어딨겠나”고 말했다.

입시현장에서도 정시 비율 확대가 구색 맞추기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한 관계자는 “주요 대학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대체로 5% 정도 늘리고 인원수가 크게 증가한 곳도 없다”며 “교육부에서 하라고 하고 그걸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대학도 시늉 정도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비록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정시 비율을 소폭이라도 늘리지만,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B입학처장은 “입시는 대학의 자율성 부분인데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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