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 풀다 지음 김영란 옮김 《완벽한 남자 에마뉘엘 마크롱》

어린 왕자를 닮은 외모로 늘 상냥하게 미소 짓는, 프랑스 최고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며, 고위 관료를 거쳐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생활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가, 이용하고 싶을 때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너그러운 척 드러내는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국립행정학교 출신, 만 열여섯 살에 스물네 살 연상인 선생님을 만나 15년간 노력하고 기다린 끝에 사랑을 이룬 순정남, 30대 초반에 로스차일드 은행 임원, 30대 중반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경제산업부 장관을 거쳐 만 서른아홉에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그의 이력은 짧지만 특별하고 눈부시다.

이 책은 프랑스 주요 일간지 〈피가로Le Figaro〉의 정치부 기자 출신 편집위원인 저자가 재구성한 마크롱의 초상이다. 베테랑 정치부 기자 출신답게 마크롱에 관련된 자료를 샅샅이 뒤지고, 정계와 재계, 학계의 거물을 포함해 수많은 주변 인물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외할머니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지방의 어린 왕자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인생 여정을 그렸다. 타고난 매력과 치열한 노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관습과 현실의 벽을 깨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배경이 되는 프랑스 최상류층의 실제 모습과 정가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특이하고 화려한 모습에 가린 실제 모습은 의외다.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달려 단박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 같지만, 그의 인생 여정을 들여다보면 실패에 굴하지 않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남자의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훔쳐 읽은 그는 지금도 책 선물을 가장 좋아하는 독서광이다. 천재라고 칭송 받을 정도로 총명했지만, 파리고등사범학교 입시에는 두 번이나 떨어졌다. 그는 총명하지만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를 특별한 아이로 키운 건 중학교 교사 출신 외할머니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외할머니의 특별한 눈빛이 스물네 살 연상인 아내의 눈빛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더욱 놀랍다.

동년배 여성이 보낸 편지를 뜯지도 않은 이 지조 있는 남자는 자신의 특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15년을 노력하고 기다렸다. 로스차일드 은행 출신으로 고위 관료와 경제산업부 장관을 지냈지만, 그는 경제학 박사가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철학 박사다.

마크롱을 정계로 이끈 이들은 그의 총명함과 친화력에 매료된 대부와 형님들이다. 종전 정치체제를 부수고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아직 정치적 미확인비행물체(UFO)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끊임없이 진화하는 마크롱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황소걸음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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