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동의과학대학교 교수)

▲ 이병규 연구위원

지난달 6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대학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일반대학생과 현장 경찰관을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대학을 그대로 둔 채 편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미봉책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찰대학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경찰대학은 ‘경찰대학설치법(1979년 제정)’에 의해 설치․운영되는 수업 연한 4년의 특수대학으로 학비를 전액 국비로 지원한다. 입학생 전원을 경찰공무원으로 양성한다는 점에서 경찰공무원양성 직업교육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개선안을 통해 대학과 경찰 현장에서도 경찰대학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된 것은 경찰대학 본래의 성격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에서 경찰청이 편입학 모집 대상을 현장 경찰관과 ‘일반대학’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경찰청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추론컨대 ‘일반대학’은 고등교육법상 수업 연한 4년 이상의 대학을 의미하지 ‘전문대학’을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고등교육법 제51조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나 법령에 따라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편입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대학 편입학 대상을 전문대학 졸업생을 제외한 일반대학생으로 제한하는 것은 동 법률의 편입학 규정을 위반한다. 또한 이는 편입학 대상을 두고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대학생과 전문대학 졸업생을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 제11조 평등권 조항에도 위반한다.

이러한 법적 논의를 떠나서 전문대학 졸업생을 편입학에서 제외하는 것은 경찰대학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경찰개혁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이는 학력중심주의의 또 다른 표현으로 학력과 스펙이 아닌 능력이 인정받는 사람 중심 사회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거리가 멀다.

현재 전국 30여 개 전문대학에는 경찰 관련 학과가 설치돼 경찰공무원 양성을 위한 이론․실무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많은 전문대학 출신자들이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치안 현장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전문대학 졸업생을 경찰대학 편입학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수한 경찰인력 자원 확보의 측면에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다수의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에 해당한다. 부모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의 학생이 전체 23.2%이고, 소득 5분위 이하의 학생이 67.5%일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전문대 학생들에게 경찰대학 편입학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 계층 이동 사다리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불평등한 자원 분배를 줄이고, 다양한 성공 경로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정신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경찰대학에는 어느 단계 어느 위치에서든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 있어야 하고, 그 경로를 통해 누구나 경찰공무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량징징(Jingjing Liang) 교수팀은 나무 종의 수가 10% 줄어들면 숲의 생산성도 평균 2~3% 줄어든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비단 자연의 영역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조직도 다양성 속에서 그 힘을 더 발휘할 수 있다. 경찰청의 이번 경찰대학 편입학 추진이 경찰대학의 순혈주의를 깨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편입학 대상에는 당연히 전문대학 졸업생도 포함돼야 한다. 다양성은 결국에 능력을 이기는 법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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