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 박주희 기획처장

2017년 '욜로' 열풍에 이어 2018년에는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별 것 아닌 행복,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외치는 ‘직딩‘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불완전함 그대로를 수용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자기애를 높이며 돈보다 스트레스 제로를 추구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세대’, 이들에게 좋은 노동의 기준은 연봉과 회사 규모, 인지도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만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가에 있다.

여가에 우선하며 업무를 과감히 거부하고 원활한 취미생활을 위해 경제 활동을 하는 워라밸 세대에게 있어서 정시퇴근과 저녁이 있는 삶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사수해야 할 가치가 됐다. 안정성·보수·승진 등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기존 세대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직장 선택의 기준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워라밸 세대를 상담하고 진로지도를 해야 하는 대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휴학과 자퇴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 취업을 미루고 1년 정도 외국여행에 나선다는 취업예정자, 평일 저녁과 주말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치열한 알바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학생, 우리는 이들에게 어떻게 진로지도를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학과 충원율과 취업률, 중도탈락률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학교수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과연 올바른 진로지도가 가능할 것인가? 연봉의 높고 낮음보다는 퇴근 이후의 여가 보장을 원하는 세대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상담에 접근할 것이며,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일자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미 정부와 모든 관련 기관이 청년실업률 9.2% 추경을 해서라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워라밸 세대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 워라밸 세대는 단순히 산업체 수요 확장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 듯 2030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입사 후 2년이 되기도 전에 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 하나의 좋은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017년 고용노동부와 잡플래닛은 우리 사회에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투게더스를 비롯한 ‘2017 워라밸 실천기업’ 11개를 선정했다. 2017 워라밸 실천기업은 잡플래닛을 통해 해당 회사를 경험해본 이들이 직접 평가한 ‘업무와 삶의 균형’ 점수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근무 경험자의 평가를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하되,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시스템, 노사누리 시스템, 담당자의 현장 평가 등을 통해 정량 평가 및 사실 확인을 거쳤다. 실제로 여기 선정된 우수 기업은 워라밸이 기업 가치를 더해주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사업 성과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삶에 대한 열정을 온전히 자신에게 쏟고자 하는 워라밸 세대에게는 학습도 자의에 의한 선택으로 여겨지며 그 어떤 취미활동보다 즐거운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탈바꿈한다. 따라서 직업교육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는 멘토-멘티 시스템의 구축과 제반 지원이 필요하며 앞서 언급한 워라밸 실천 우수기업 발굴 및 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산업발전을 위한 새로운 직업교육 개발 노력의 일환으로 ‘워라밸 세대에 필요한 직업교육혁신방안’과 같은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워라밸 세대의 열정이 기성세대의 그것과 조화를 이루는 한편, 그들이 경제 주체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구체적인 장기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직업교육의 메카인 전문대학에서는 워라밸 직장인의 특성을 분석해 '만탈잉(잉여탈출의 줄임말)'을 위한 재능거래마켓 개념의 재능수업이나 '취알못(취미를 알지 못하는)' 워라밸 세대를 위한 취미개발서비스, 퇴사학교와 같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평생교육 시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