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노조·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공동주최

“대학 내 성폭력은 대학원생 학습·연구·노동권도 침해"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해 제도적 방안 마련해야”

▲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대학원생이 입을 열면 세상이 망한다’는 말이 나온다. 제도는 발전했지만 교수의 권력은 제한되지 않는 곳이 대학이다. 미투 운동이 불거졌지만, 아직도 대학 내에 가시화되지 않은 성폭력 문제가 많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주관하고,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공동주최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미투운동, Me Too에서 With You로: 피해사례 성토대회 및 문제점 진단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대학원생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원생노조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신정욱 대학원생노조 사무국장은 “교수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학원 사회에서는 권력형 성폭력이 만연해있다”라며 “(대학원은)구조적으로 △학위논문심사권 △조교·학생연구원 인사권 △각종 장학금 지급·추천 권한 △학적 권위 및 학계의 영향력 △연구실·학과에서의 행정권한 등이 모두 교수에게 있는 반면, 대학원생들은 ‘미래를 저당잡힌’ 불안정한 약자”라고 지적했다.

신 사무국장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가 2차 가해로 이어지는 사례를 지적했다. 그는 △성적 불이익 △지도교수 변경요청 묵살 △폭언 및 폭행 △논문지도 거부 및 졸업 시 불이익 제공 △다른 교수 혹은 피해자의 주변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인격 모독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 강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대학원생노조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이 피해자가 처해있는 학업·연구·노동 여건과 총체적으로 연계돼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정혜진 대학원생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특히 여성 대학원생, 여성 연구노동자들은 다수 피해 사례에서 보듯이 성희롱 및 성추행과 함께 학습·연구·노동권 침해도 함께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 고발 당사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펜스룰’이 확산되는 지금, 성폭력 피해자가 학습·연구·노동 환경에서 차별을 겪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원생 외에도 학내 비정규직인 비전임교원에 대한 성폭력 문제도 제기됐다. 남정숙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비정규교수로 12년 동안 근무했지만, 성폭력 문제로 분쟁이 생기니 (학교 측과)계약이 끝났다”며 “기고만장한 교수 사회에서 복직될 수 있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수 사회에서도 제2, 제3의 미투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노조와 전문가들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안으로 △인권센터 운영 개선 △대학 내 성폭력에 대한 독자적인 법안 마련 △대학 내 성폭력 실태조사 등을 제시했다. 이우창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은 “대학 내 인권센터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인권센터가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중립성을 보장하고, 인력 및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인권센터의 표준 모델화를 위해 △피해 사례 대응 △구성원 대상 인권교육 △실태조사 및 학술지원 △제도환경 개선 등 네 가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캠퍼스 성폭력에 대한 별도의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소장은 “최근 대학 내 성상담센터 등 대학 당국이 피신고인으로부터 소송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실이 이렇다보니 학교 측에서는 최대한 방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학 사례의 경우,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을 때 가해자를 추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부소장은 “대학 내 성폭력 관련 통계 자체가 부족하다”며 “대학 내 성폭력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및 정부 부처 관계자도 대학 내 성폭력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 TF 위원장)은 “대학 내 성폭력은 피해자의 학업, 학위, 노동 환경,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를 우리 당 뿐 아니라 여성가족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서 상세히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대학 내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다. 대학을 성평등한 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라며 "국회와 정부가 용기를 내서 고백한 피해자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지연 교육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지원 팀장은 “교수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권력형 성폭력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 협동을 통해 제도적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차원의 향후 추진 계획안으로 △교원징계위원회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법안 개정 △대학 성폭력 신고·상담센터 운영 및 조사·처리 현황 조사 착수 △제도개선 사항 발굴 관련 현장의견 수렴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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