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한양대 한양행복드림상담센터 책임연구원

“어떻게 상담사가 되셨어요?” 요즘 대학생들을 만나다보면 주로 받게 되는 질문이다. 상담사라는 직업을 이루기 위해 대학생 때 어떤 전공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하면 상담사가 되는 건지, 왜 상담사가 되기로 했는지 등 주로 전공과 관련해 취업이 고민되거나 상담사라는 진로 자체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그런 질문들을 한다.

사실 나는 상담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상담과 관련된 전공이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상담학과라는 전공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학생들이 1년간 학교생활을 해보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학부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2학년이 돼 학과를 선택해야 했을 때, 임의로 배정받았던 학과에서 선배들과 친분이 쌓여 그대로 그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여전히 어느 학과를 가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학생들도 주변에 많았다. 나는 호기심이 있었던 어학계열의 학과를 선택했지만 수업내용이 어려워 따라가기 힘들었고, 복수전공을 2번씩이나 바꿔가며 나에게 맞는 전공은 무엇인지 수없이 고민하는 시기를 겪었다. 그러니 대학 전공과 관련해 어떻게 진로와 취업을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현재 대학생들이 갖는 고민의 깊이는 다를지라도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성적에 맞춰서, 취업이 잘되는 학과라서, 부모님이나 교사의 권유에 의해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전공을 척척 선택하고, 잘하는 일로 취업까지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의 과제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 본다면 내가 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안과 걱정이 계속되면 모든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유능한 점을 놓치게 된다. 전공과 내가 찰떡같은 궁합이 아니더라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학생들도 있다. 과연 내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그 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 즐거운 상상을 통해 자신을 다독이며 여러 경로를 찾아 삶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법정스님은 《맑고 향기롭게》라는 책에서 상상력은 일찍이 자신이 겪은 기억의 그림자일 것이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좋은 상상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 있는 즐거움이고, 어둡고 불쾌한 상상력은 우리들을 음울하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전공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시간은 나의 특성과 빛깔을 찾아내줄 좋은 상상력을 발휘할 시간일 것이다.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막연하게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졸업을 하기 전부터 뭐든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입시학원의 강사 일도 해보고, 독서지도, 공예활동 등 이것저것 탐색하는 시기를 겪었다. 청소년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으며, 무능함에 좌절하는 시기도 있었다. 조금 더 일을 잘하고 싶었고,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학생들이 아니라 내가 더 수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오르는 대로 한 단어를 검색했다. 독서치료. 나는 그때 무작정 한 단어를 떠올렸고, 현재 여기에서 삶을 살고 있다.

김준이라는 작가의 글귀가 떠오른다. 결심. 뭐든 할 수 있지만 전부 할 수는 없다. 이것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제 이것을 멋지게 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