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통일시대 주역인 대학생들 통일의식 점점 떨어져

통일교육지원법 개정안 통과 및 정부 사업으로 대학 지원
현상학습ㆍ학술대회ㆍ교과목 개설 등 통일교육 나선 대학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무드가 조성되면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이 통일교육을 통해 다가오는 통일을 이끌 청년세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대학생 통일의식조사 결과(사진=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 저조한 통일의식에 통일교육 절실…정부ㆍ국회 지원 = 남북 화해가 진전되고 있으나 대학생들의 통일의지는 지속적인 하락세였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가 대학생 통일의식을 조사한 결과 2006년 78.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2015년 들어 53.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9.6%에서 37.1%로 대폭 올랐다.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이 저조해지자 대학이 나서 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통일교육의 효과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입증됐다. 숭실대가 지난 학기 ‘숭실통일리더십스쿨’ 교육을 수강한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조사한 결과 △‘통일에 대한 관심’은 30.24% △‘통일 필요성 공감’은 28.91% △‘통일교육 필요성 공감’은 32.34%가 향상됐다.  

조은희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는 “통일의식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는데, 통일시대를 이끌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대학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통일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회, 정부가 통일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해 대학을 지원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대표 발의한 ‘통일교육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통일교육지원법 개정안은 통일 관련 학과 설치, 강좌 개설, 연구소 설치ㆍ운영을 권장하고 통일 관련 체험교육ㆍ강좌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ㆍ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박경미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대학 통일교육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발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2016년 중등학교보다 상대적으로 통일교육이 부족했던 대학교를 대상으로 ‘통일교육 선도대학’을 지정하고, ‘옴니버스 특강 및 통일·북한 강좌’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통일교육 선도대학사업은 대학통일교육 우수모델을 개발해 통일교육을 확산하기 위한 사업으로 학교별 연간 2억~4억원을 지원한다. 통일부는 서울대, 숭실대, 아주대, 충남대, 경남대, 광주교대 등 6곳을 지정했다. 또 옴니버스 특강 및 통일·북한 강좌지원사업은 대학별 특성에 맞는 여러 강좌와 현장 체험학습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 8곳과 19곳이 선정됐다. 

■ 통일시대 앞두고 통일교육 실시하는 대학들 ‘눈길’ = 대학들도 통일논의를 확산하기 위해 통일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는 통일평화연구원의 축적된 연구경험에 기반을 둔 학내 교육,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통일교육’을 위해 △통일 국제역량 강화와 현장답사 중심의 체험형 교육 심화 △통일평화 관련 강좌 확대 △융·복합형 통일콘텐츠 개발 △통일교육의 주제와 대상 확장 등을 목표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냉전 속 열전’이란 주제로 동아시아 대학생과 국내 대학생들 총 85명이 4박 5일 일정으로 철원, 파주, DMZ 일대를 방문하는 캠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분단 문제를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닌 동아시아의 문제임을 확인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통일은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경제·사회·문화가 통합하는 긴 과정”이라며 “대학은 정치·군사적 긴장을 연착륙(soft landing)시키는 핵심적 주체다. 그렇기에 화해와 협력을 위한 통일교육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대학 최초로 교양필수과목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개설했다. 전·현직 통일부 장관 및 외교부 장관,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진행한다. 이 교과목 내 3박 4일 일정의 ‘숭실통일리더십스쿨’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신입생 전원은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에서 20여 차례에 걸친 교육을 받는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숭실대 120주년을 기념해 김일성대학과 ‘갈등, 치유, 화해와 통일’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학술대회에는 앤드루 영(Andrew Young) 전 UN 미국대사를 비롯해 일본, 독일 등 각국 전문가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동아시아 위기와 해법을 논의했다. 

이공계열 재학생이 70%에 달하는 아주대는 이공계중심의 ‘실사구시형 통일인재’ 양성이 목표다. 즉 북한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전공분야를 접목해 통일 시대 정치·법·경제·사회·건축 등 실생활과 관련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뜻한다. 

실사구시형 모델을 양성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통일트랙’과 ‘통일마라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통일트랙은 통일 관련 과목 4개를 수강하면 통일트랙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며 졸업장에 기재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통일마라톤은 △북한이탈 청소년 여름캠프 △통일로 통하는 통통담론 △해외현장연구 △북한 장마당 체험 등 학생 간의 교류와 토론, 문화체험을 중심으로 꾸렸다.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은 “남북정상회담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대학생의 시각은 빠져 있다. 이들이 관중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년이 주도할 수 있는 의제가 바로 통일이다. 대학이 통일시대 청년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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