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이젠 끊어야 할 때"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이젠 끊어야 할 때"
  • 장진희·이지희 기자
  • 승인 2018.04.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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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국회 교문위원·대학생 한자리에 모여 제도 개선 간담회

“징계 3개월 처분만으로는 성폭력 추방할 수 없어”
“교원징계위원회 위원 다양화하는 법안 개정 방안 논의 중”

▲ 왼쪽부터 노웅래 의원, 유은혜 의원, 김상곤 부총리 등 관계자들이 11일 간담회에서 "성폭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이지희 기자] “가해교수가 던지는 돌을 지금까지도 계속 맞고 있다. 사실 많이 아프다. 대학원에서 교수는 막강 권력을 지녔다. 교수로부터 욕설, 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당하더라도 밝힐 수 없는 구조다. 내가 겪었던 일은 그 누구도 두 번 다시는 겪어선 안 된다.” (이혜선 고려대 일반대학원 석사 졸업생)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재발을 방지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대학생, 교육부, 국회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등은 11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유은혜·노웅래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 이승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임시의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 1부 행사에서는 지도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공론화한 뒤,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했다고 주장한 이혜선씨를 비롯, 각 대학 총학생회 및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이들은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은 교수와 학생 간 위계 때문에 발생한다”며 “성폭력은 어느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이혜선씨는 “교수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음에도 또 명예훼손으로 고소될지 몰라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할 수 없다”며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밝혀도 대학 내에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 줄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학과장은 ‘공부 계속하고 싶으면 덮고 넘어가라. 과거 학생들도 그랬다’고 말했다”며 2차 피해 사례를 고발했다.

김정한경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최근 우리 대학 내에서 가시화된 음악대학 및 조형예술대학 교수 성폭력은 오랜 기간 동안 고질적으로 일어났음에도 개인의 문제로 취급돼왔다”며 “각종 학칙과 사회적 분위기가 교수 성폭력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구슬아 대학원생노조 위원장은 “대학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못해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부분 가해 교수에 대한 징계가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을 저지른 자가 고작 3개월 쉬는 것만으로 책임을 면하는 것이 제2, 제3의 사건을 예방할 정도로 경각심을 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김상곤 부총리는 “대학 내에서 성폭력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지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교육부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교육부는 교원징계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부문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부에서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이 자리해 간담회 참석자들과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참석자들은 대학 내 성폭력 사례 발제와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책 등을 제안했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 위해서는 ‘학생 자치’ 중요 = 사례 발제에는 김정한경 부총학생회장과 박성호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이 나서 ‘대학 안에서의 권력형 성폭력 문제의 공동체적 해결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이들은 발제문에서 대학 내 교수 성폭력 사례에 대해 발표하면서 대학 내에서 교수 성폭력이 왜 가시화될 수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김정한경 부총학생회장에 따르면 이화여대의 경우 교수 성폭력 처리 절차는 성희롱심의위원회와 교원징계위원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실질적인 교수 징계가 가능한 교원징계위원회에는 학생위원이 위촉되지 않았다.

박성호 부총학생회장은 “서울대의 경우 교원 징계에 관해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지 않아 사립학교법을 준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징계 권고가 나온 지난 해 5월부터 8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징계가 나오지 않은 것은 학교가 징계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한경 부총학생회장은 이 같은 대학 내 심각한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이유를 “성폭력을 비롯한 폭력문제를 공적 영역에서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유화했기 때문”이라며 “권력형 성폭력은 공적인 문제로 해석돼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폭력 문제의 해결책으로 ‘학생의 자치 보장’을 꼽았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되고 권리가 보장되는 제도와 총여학생회 및 인권센터의 기능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대학 운영을 함께하는 주체라고 인정하고, 대학 내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권리를 행사 할 수 있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정책 제안 쏟아져…교육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 = 교육부와 관련 기관에 요청하는 다양한 정책 제안도 이어졌다.

서울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유현미씨는 “우리 대학 사회학과 H교수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했다. 그러나 나조차도 처음에는 피해 사실을 방관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성폭력 문제는 가해자를 처벌시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현미씨는 “피해자 비난, 사건 방관, 공모, 침묵이 지속되는 공동체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며 “교육·연구 공동체의 인권감수성 자체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우창 전국대학원총학생협의회 정책위원은 학내기구(인권센터)의 실효적 운영을 지적했다. 이 정책위원은 “인권센터 설치학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역할과 기능에 대한 표준 모델이 없다보니 실제로 의미 있는 기능을 수행하는 사례가 없다”며 “교육부·인권위·유관전문가가 협업을 통해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모든 대학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센터의 표준모델로 기본적인 피해 사례에 대한 대응과 중재, 심의, 징계 요청 외에도 △사건 예방을 위한 학교 구성원 대상 인권교육과 가해자 교육 △조사 및 학술 활동 지원 △자율적인 제도·환경 개선 및 학내 인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시와 반영 통로 마련 등을 제안했다.

특히 학내 인권센터가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의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교 측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권센터 운영에 학생 참여비율을 보장하고, 외부 전문가 활용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인권센터의 실효적 운영을 위해 관련법안의 통과와 교육부 및 유관기구의 협조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 같은 거버넌스를 구체화 할 것을 주문했다.

김규태 정책관은 “현재 대학 내 성폭력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대학들이 있어 대교협과 협의해 대학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강도를 높여가려고 한다‘며 ”징계위원회에 여성의 참여가 적은 부분도 보강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관련 법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문제는 궁극적으로 성평등과 인권의 문제인 만큼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여러분이 나서는 것처럼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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