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숫자가 모든 것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회적 변화를 수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학 창업이 성장세라는 보도가 떠들썩하다. 숫자에 따르면 그렇다. 대학 내 창업 동아리 수는 1년 새 800여 개에서 1000개 넘게 늘어났고, 창업 강좌 수는 4000여 개에서 1만 개를 훌쩍 넘겼다. 그 밖에 각종 창업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났다는 것도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설명이다.

어찌됐건 창업의 토양 자체가 척박했던 한국 사회에서, 그것도 취업만이 목표가 돼버린 대학에서 창업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하지만 내실이 갖춰졌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2000년부터 정부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대학의 창업을 지원해 왔지만 그 결과물은 실망스럽다. 대학의 창업교육은 대부분 재정지원 사업안에 포함돼 있어 이름뿐인 ‘창업’ 수업이 많다. 창업 실습보다는 이론 교육이 많은 것도 창업교육의 현주소다. 실제로 현장 전문가들은 아직 창업교육과 지원이 질보다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에서 창업교육을 하고 있는 한 창업 전문가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는 진정한 앙트러프러너십(창업) 교육이 부재하다”며 “실적을 내기 위한 꼼수가 앞설 뿐 대학에서 창업 교육을 진흥해야 할 경영진이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창업은 단기적인 지원 정책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수많은 경험과 실패가 축적돼 기반이 돼야 한다. 경험과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수치에 의존하는 정책이 아니라 질이 담보되는 정책이 우선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다양한 현장경험, 이들을 양성할 창업 전문가와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이들이 실패 이후에도 청년 창업가로 계속 도전할 수 있으려면 실패를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필수다.

청년들의 창업을 진정으로 육성하길 바란다면 교육부는 보다 내실 있는 창업 정책을, 대학은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척박한 땅에 학생들을 떠미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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