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미투 토론회 개최

▲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미투 토론회에서 김엘림 한국방송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 운동이 지속되고 있지만, ‘권력형 성폭력’을 방지하고 대처하기 위한 법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에 한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인권교육센터에서 ‘도대체 법제도는 어디에’라는 주제로 현행법이 피해자 중심주의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단했다.

이날 김엘림 한국방송대 교수(법학)는 지난 1994년부터 지난 3월까지 있었던 대학 구성원 간의 성희롱, 성폭력 관련 법적 분쟁 270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학 내 법적 분쟁 270건 중 250건에서 행위자 혹은 혐의자가 남성 교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었고, 이 중에서도 227건이 여학생에 해당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존의 연구에서는 학생 간 성희롱, 성폭력만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실제 법적 분쟁 사례를 보면 대부분 남교수들이 행위자이거나 혐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것은 대학이 얼마나 남성중심적이고 교수중심적인 사회인지 방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 내 성희롱, 성폭력 법적 분쟁 형태의 50%가 법원 소송”이라고 밝히면서 “이중에서도 교수가 자신이 받은 징계 등 불이익에 대해 대학이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건 사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를 잇는 것이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형사소송을 거는 경우이고, 세 번째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피해를 주장하는 이에게 명예훼손 및 무고죄로 고소, 고발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렇듯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일반 직장보다 분쟁처리 절차가 다양화 돼 있다 보니, 문제 해결이 매우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학 특유의 소청심사청구제도 때문에 성희롱, 성폭력 혐의를 받은 교수가 대학에 복귀하거나 징계 조치가 위축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학의 경우 교육기관에서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부에 신고하고, 교육부가 관련 통계를 마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법이 있다‘며 ”우리나라에는 교육기관 성희롱, 성폭력 관련법 없는데다가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어 정확한 실태규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김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 내 성폭력 예방교육과 방지조치에 대한 실적을 대학평가에 반영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시에 교육부에 신고하도록 하는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교수, 직원, 학생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권수현 연세대 강사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면 반드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며 “주로 △사건처리담당자 △피신고인 △주변인 등 조직 내 구성원에 의해 조직 내에서 배제되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흔한 2차 피해 유형은 주변인이 피해자의 사례를 함부로 유포하거나 온갖 추측으로 피해자에게 낙인을 찍는 사례다. 이런 일 때문에 피해자가 조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흔한 2차 피해 사례 유형으로 피해를 주장한 이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역고소’되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대학 내에서도 학생이 교수로부터의 성폭력을 공론화했다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나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 처리 관련해 성폭력사건 수사 종료 시까지 무고 등 수사의 중단,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있어 공익목적의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성을 배제시키는 요건)의 확대적용, 피해자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등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사건처리 절차와 처벌기준을 전향적으로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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