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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행정 이야기④] 일의 중심자리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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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5  19: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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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쪽 사정이고, 이쪽의 원칙에 따라 그것은 불가합니다. 이의가 있으면 공문으로 정식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범주의 대화를 흔히 듣게 된다. 이쪽은 행정부서이고, 그쪽은 민원인, 교수, 학생 또는 다른 부서의 직원일 수도 있다. 그쪽은 이쪽의 행정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쪽은 그쪽의 사정보다는 이쪽의 원칙을 앞세워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고 버틴다. 그래서 저쪽은 이쪽의 협력을 받기 위해 항상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이쪽의 종속변수 관계가 된다. 

조직의 협업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이유는 대체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은 규범과 절차를 요소로 활용해서 끊임없이 벽을 만들고, 그 시간이 누적될수록 그 벽은 점점 더 견고해져 간다. 결국 행정은 근본적인 존재 목적을 상실하고 그 어떤 권위 속에 안주하게 된다. 하지만 권위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오로지 절차만이 남아 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어떠한 상호작용의 맥락이든 권위의 맥락이 먼저 결정되는 이러한 현상의 실체를 한마디로 ‘절차적 권위주의’라 정의하고 이를 아주 효과적인 집단 무의식의 통제 수단이라고 경고한다.

대학은 정부라는 관료행정 조직 그늘 아래에 있고, 내부 조직 또한 행정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대학은 안팎으로 행정이 감싸안고 있어 절차적 권위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행정이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본질적 목적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쪽과 저쪽이 대립할 때에는 우선 이쪽이 무조건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비우고, 대학의 목적에 비춰 어느 쪽이 중심이 돼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소통의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이쪽과 저쪽이 서로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지점까지 생각을 끌어올려서 그 목적을 공유하게 되면 이쪽과 저쪽은 남이 아니라 한 팀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행정이 절차적 권위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지 않고 부분에 집착해 절차적 권위만을 앞세워 꿈적도 하지 않으면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조직 내에 불통의 벽을 만들게 된다.

행정을 하는 것은 벽(wall)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대학의 목적을 중심으로 외부세계에 대응해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문(door)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의 전체적인 조직 관계에서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느 축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그 일의 중심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 중심자리를 얻고 나면 저쪽 상대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 장자는 ‘저것과 이것이 대립하지 않는 경우를 도의 지도리[道樞(도축)]라고 부른다. 한 번 그 축이 원의 중앙에 서게 되면 그것은 무한히 소통하게 된다’라고 했다. 지도리는 문이 원활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문설주에 박아놓은 쇠 구조물을 뜻한다. 

행정 관계에서도 저것과 이것이 대립하지 않는 지도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믿고 살아온 인류의 긴 세월만큼이나 행정의 관점에서 대학 전체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눈앞의 세상이 항상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행정의 천동설을 믿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우주는 나의 생각과 관계없이 정해진 질서에 따라 운행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러한 방향으로 조직이 왜곡된다. 그래서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대학이라는 우주도 겹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교육과 연구라는 태양이 있고,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 행정이라는 지구가 있고,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행정인이라는 달이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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