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국민대 교수(교양대학)

▲ 이의용 국민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시와 취업에 치여 자신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학생들이 자신의 비전과 꿈에 대해 살펴보고,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중등교육에서는 대학 입시를 위한, 고등교육에서는 취업을 위한 교육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학생들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진로 교육의 불모지에서 15년 넘게 학생들의 인생 설계를 위해 노력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이의용 국민대 교수(교양대학)다. 그를 만나 대학 진로 교육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이의용 교수는 기업에서 27년 동안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신입사원들의 애환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취업한 사원들이 상당수다. 업무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 힘들어하다가 얼마 안 가 퇴사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 비율이 25%에 달하는데,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 비전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취업만을 위한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벌어진 사단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굉장한 손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에 미온적이었다. “고등학교 때 입시만을 위한 교육 과정이 주로 이뤄지다보니 진로 교육은 대학의 몫이 됐다. 대학이 앞장서서 학생들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폭넓게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대학은 손을 놓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대학들이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자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몇몇 대학에서 강사 활동을 해오다가 모교인 국민대에서 2000년도부터 ‘인생설계와 진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이 과목은 2013년도부터 모든 입학생들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교양과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자 선택 과목으로 전환했다. 현재 한 클래스당 36명씩 12개 클래스로 구분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탐구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년간 진로 설계 교과목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러 대학에서 진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체계적인 교재가 부재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2003년에 첫 교재를 펴냈고,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15년 동안 수없이 수정하고 보완했다. 그 결과 지난달 ≪대학생 인생설계 워크북≫이라는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워크북을 통해 수업에서 학생들이 진로 설계 프로그램을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워크북만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진로강의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는 과거에 비해 진로 강의가 양적으로는 늘었는데, 수업의 질도 함께 향상됐는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강의 질 제고를 위해 전문인력 보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 강사들이나 현장 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또한, 훌륭한 모교 출신 강사 및 교수를 영입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모교 출신 교수들에게 학생들은 제자이자 후배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차원의 공감이다. 이것 없이는 진로 설계 강의가 발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도 ‘진로 강의는 곧 취업 강의’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대학에서도 진로강의에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학생들을 서포트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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