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대학의 꼬리표
[수요논단] 대학의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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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부천대학교 교수
▲ 김덕영 교수

2018 무술년, ‘대학’씨의 한해살이는 기본역량 진단(舊 구조개혁보고서)으로 시작해서 기본역량 진단으로 끝나는 운세가 아닐까한다. 작년부터 시작돼 3월 말까지 쉼 없는 자체진단보고서 작성과 제출, 4월과 5월은 정량자료 제출, 확인, 수정과 대면평가 준비, 6월은 떨리는 1차 결과확정으로 이어진다.

1차에서 결과가 좋지 않은 40%의 대학들은 어두워진 마음으로 올여름을 2차 보고서 작성과 현장평가 준비에 온 힘을 쏟아야 하고, 8월 말에 2차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때 ‘자율개선대학’의 2학기는 편할 듯하지만 새로이 바뀐 재정지원 사업(일반 재정지원)이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부합하도록 지원한다고 발표됐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거나 재정지원에 맞도록 예산 기안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남아있고, ‘역량강화대학’이나 ‘재정지원제한 대학’들은 이를 벗어나기 위한 컨설팅과 내년에 있을 보완평가를 위해 역시 숨 가쁘게 2학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3년마다 반복된다.

이러한 새로운 평가체계를 설명함에 있어, 정부는 고등교육 분야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추진하고, 대학은 정부 지원을 자체 발전전략에 따라 강점 분야를 육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학의 공공성‧자율성이 강화되고, 고등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효과도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이런 혜택을 받을 ‘대학’씨의 생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1996년부터 각종 사업평가를 통해 대학에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정부정책을 실현시켜 왔다. 이러한 정부주도 특수목적사업은 살벌한 ‘경쟁’이었고 같은 지역에 있는 대학들을 경쟁시켜 서로를 적으로 만들었다.

1996년도 전문대학 특성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부터 2018년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까지가 그 맥락이다. 대학들은 작금의 기본역량 진단도 비슷한 성격이란 생각이 들고 있다.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따른 효율을 위한 경쟁적 관계설정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느낌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법> 47조에 의하면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교수・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이 전문대학의 설립목적이라 명시돼 있다.

전국에 137개의 전문대학이 있고 현재 67만 명이 재학 중이다. 전문대학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가? 고등직업교육을 표방하는 전문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협의회 홈페이지(http://kcce.or.kr)에는 ‘평생직업교육의 정착’을 전문대학의 첫 번째 역할로 선포하고 있다.

평생직업교육이 뜻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인간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직업’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이 전문대학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전국 137개는 많은 숫자가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새로운 분야에 흥미가 생기고 ‘직업’으로서 도전하고 싶을 때, 20~30분 거리에 있는 지역의 전문대학에 가서 마음껏 공부해 새로운 분야의 두려움을 없애고 시작할 수 있다면 이것이 참다운 교육복지가 아니겠는가. 이런 고등직업교육, 평생직업교육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곳이 전문대학인 것이다.

이 때문이라도 정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효율성을 빗댄 경쟁적 성과중심의 정책보다는 전문대학 전체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출범하면서 국정과제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고 발표했고, 그 내용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미래 직업환경이 바뀔 것에 대비하고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전 생애에 걸쳐 보장하기 위해 추진한다고 했다.

직업교육이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사회안전망을 넓힐 수 있으며 진정 국민을 위한 사회정책이 될 수 있기에 정부의 사회관계 장관들이 모여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위해 민관합동추진단을 구성했다 한다. 아마도 전문대학을 위시해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많은 교육기관들에 대한 정책과 비전이 담겨있을 거라 예상된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세 가지 언급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의 중요성, 정부가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그리고 곧 발표될 직업교육마스터플랜.

그런데 어찌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대학’씨가 부르는 노래에 담겨 있는 ‘리듬’과 ‘멜로디’같은 느낌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정작 노래를 부를 가수를 고려하지 않고, 듣는 청중(국민)들도 낯설게 만드는 노래라면 발표하지 않는 게 나을 듯싶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듬고 다듬어 내놓는 게 낫다.

아마 곧 대학마다 꼬리표가 달릴 것이다. 가수에도 일류, 이류, 삼류가수가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세상은 요지경이다. 히트곡이 꼭 일류가수에게만 나오란 법이 없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과연 꼬리표가 중요한 것일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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