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김병훈 교수 연구진, 견직물 사용한 전자섬유 개발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비단(견직물)은 열에 약하다. 세탁할 때 직사광선과 뜨거운 물을 조심하라고 당부할 정도다. 이제는 달라질까. 열 받은 견직물은 우리가 모르던 숨은 기능을 갖고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견직물을 활용해 전기 전도도와 열 내구성이 높은 전자섬유를 개발했다.
1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김병훈 인천대 교수(물리학)와 박사과정 대학원생 전준우씨(1저자)는 누에에서 뽑은 천연 견직물에 열을 가해 전자섬유를 만들어냈다.
견직물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병풍 모양으로 엮인 ‘베타 병풍(β-sheet)’ 구조로 돼 있다. 2015년 <Nature Communications(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등에 따르면, 섭씨 350도의 열을 가한 견직물은 특수한 육각형 탄소 구조(carbon hexagonal structure)로 바뀐다. 이것이 파이로프로테인(pyroprotein)이다. 섭씨 2800도까지 열을 가해도 안정성이 유지됐으며, 전기가 더 잘 통한다. 연구진은 파이로프로테인에 착안해 전자섬유를 개발한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상용 견직물의 축 방향으로 장력을 가하고, 고온의 열을 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이로프로테인의 전기전도도(센티미터 당 1000지멘스(S/cm))와 열 내구성을 측정했다. 이어 금속화합물 산화아연(ZnO), 몰리브덴다이셀레나이드(MoSe2), 질화니오븀(NbN) 등을 증착시켰다. 이를 통해 전자섬유 반도체와 초전도체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 전자섬유를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나일론·면 등으로 만든 전자섬유에 비해 열에 강하다는 측면에서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연구책임자 김병훈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기능 전자섬유 제작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휴대용 디스플레이, 입을 수 있는 전자기기, 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필요한 전자섬유가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이달 7일자로 국제학술지 <Materials Today(머티리얼스 투데이)>에 게재됐다.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반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