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김병훈 교수 연구진, 견직물 사용한 전자섬유 개발

▲ 왼쪽부터 김병훈 교수, 1저자 박사과정 전준우씨.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비단(견직물)은 열에 약하다. 세탁할 때 직사광선과 뜨거운 물을 조심하라고 당부할 정도다. 이제는 달라질까. 열 받은 견직물은 우리가 모르던 숨은 기능을 갖고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견직물을 활용해 전기 전도도와 열 내구성이 높은 전자섬유를 개발했다.

1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김병훈 인천대 교수(물리학)와 박사과정 대학원생 전준우씨(1저자)는 누에에서 뽑은 천연 견직물에 열을 가해 전자섬유를 만들어냈다.

견직물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병풍 모양으로 엮인 ‘베타 병풍(β-sheet)’ 구조로 돼 있다. 2015년 <Nature Communications(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등에 따르면, 섭씨 350도의 열을 가한 견직물은 특수한 육각형 탄소 구조(carbon hexagonal structure)로 바뀐다. 이것이 파이로프로테인(pyroprotein)이다. 섭씨 2800도까지 열을 가해도 안정성이 유지됐으며, 전기가 더 잘 통한다. 연구진은 파이로프로테인에 착안해 전자섬유를 개발한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상용 견직물의 축 방향으로 장력을 가하고, 고온의 열을 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이로프로테인의 전기전도도(센티미터 당 1000지멘스(S/cm))와 열 내구성을 측정했다. 이어 금속화합물 산화아연(ZnO), 몰리브덴다이셀레나이드(MoSe2), 질화니오븀(NbN) 등을 증착시켰다. 이를 통해 전자섬유 반도체와 초전도체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 전자섬유를 만들어냈다.

▲ 납땜을 통해 전자소자와 개발된 전자섬유가 접합된 모습. 저항체 (Resistor)와 발광 다이오드 (Blue LED)를 전자 섬유 (LO-Py1000)와 함께 방염 섬유 (Fire blanket)에 납땜했다. 전기가 통해 다이오드에 불이 들어왔다.(자료=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나일론·면 등으로 만든 전자섬유에 비해 열에 강하다는 측면에서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연구책임자 김병훈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기능 전자섬유 제작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휴대용 디스플레이, 입을 수 있는 전자기기, 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필요한 전자섬유가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이달 7일자로 국제학술지 <Materials Today(머티리얼스 투데이)>에 게재됐다.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반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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