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우석대학교 총장(63)은 전문경영인 출신 대학총장이다. 그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재계 3위 SK 그룹 금융부문 총괄 부회장을 맡았다. 또 교보생명, 아시아자동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의 화려한 경영 경력은 대학사회로 하여금 큰 기대와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대학경영, CEO 총장, 교육소비자 등의 개념이 제법 귀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진정한 경영 전문가를 맞이했으니, 이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마치 국내에서 콩글리쉬를 배우던 학생들이 미국 본토에서 이름을 날리는 영어강사를 맞이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 국내 최초 현직 CEO 출신 대학총장 김 총장과 만난 지난 3일은 신입생 입학식과 함께 개강일 이었다. 2층 총장실에 들어서자 키는 다소 작지만 단단하고 다부진 체구의 김 총장이 손을 내밀었다.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외모, 얘기도중 통계 숫자 등을 바로잡는 모습에서 그의 정확하고 꼼꼼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소 느리고 긴 만연체의 어법은 ‘대인관계가 매우 넓고, 자상하다’는 세간의 평판을 떠올리게 했다. “가벼운 얘기 합시다. 내가 대학에 온지 얼마 안 되는데, 잘 모르면서 이러저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기업에서 대학으로 와 보니 어떻냐’고 들 하는데, 그건 노코멘트 입니다. 내가 느끼는 것이 옳은 것인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거죠. 교육정책, 대학사회 전반에 대한 얘기는 6개월~1년 이후 합시다.” ‘파악이 덜 되서’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인터뷰가 연기되지 않았던가. 자칫 차만 마시고 되돌아가는 불상사가 생길 판이었다. 서울서 호남고속도 삼례 톨게이트를 파져 나올 때 까지 3시간여를 버렸는데 말이다. 조바심을 치는데, 그가 다행히 한 마디 더 던졌다. “전문경영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공약을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있어요. 다시 말해 전문경영인은 얘기나 약속을 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예측하고 한다는 것이죠.” 한 숨 돌려 이날 발표한 보직인사를 화제로 첫 질문을 던졌다. 마침 학보인 ‘우석대 신문’은 대외협력과를 홍보실로 승격시키고, 기관보직자 인사이동을 ‘단행’ 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보직, 감투 아닌 헌신 - 완전 행정 전념해야 “부임한지 얼마 안돼 교수님 개개인을 잘 몰라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추천을 받았죠. 한 자리를 두고 여러 교수님을 인터뷰하는 것도 실례고. 은밀히 추천을 받아 검증 했어요. 보직이라는 것이 교수에게는 얼마나 큰 희생입니까. 감투가 아니죠. 그래서 한 분 한 분 뵙고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요.” 그가 서강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던 때문일까. 아니면 초임자로 대학사회에 대한 단순 예의일까. 기업에서 대학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현실 아닌가. 하지만 뒤 이은 그의 설명에 보직=감투가 아니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김 총장은 우선 ‘중앙에서 과 단위까지 대학에 보직이 그토록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행정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 말을 듣고 김 총장의 인사 기준이 궁금했다. 인사 원칙 -능력, 신망, 소속감 “임기를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월말 임기 만료된 분에 한해 인사를 했어요. 또 사람 추천을 부탁하면서 저는 3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 대학구성원들의 신망, 우리대학에 대한 소속감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사 3원칙을 밝혔다. 그리고 당장의 조직운영 방침을 설명했다. 인터뷰 모두에서 대학사회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미 그는 우석대학교에서 소리 없는 대규모 개혁(?)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총장은 우선 선택과 집중 원리를 철저히 적용, 효율과 생산성을 고려해 행정 인원을 재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일환으로 입학처를 강화, 행정인원을 기존의 2배로 늘렸다. 그리고 행정처리 하는 입학처가 아니라 신입생 유치를 위한 마켓팅 부서로서의 변모를 주문했다. 또 기업 IR 기법을 적용키 위해, 기획 기능이 전혀 없는 대외 교류과를 홍보실로 승격시켰다. 국제 교류 업무를 다른 부서로 이관하고, 기획, 입학홍보, 취업홍보, 대학구성원 홍보를 전담토록 했다. 또 각 부서에 업무 매뉴얼을 만들게 하고, 행정직원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지 숙지토록 했다. 그러나 김 총장이 요구한 것은 이러한 외면적인 것보다 교수 직원 등 구성원들이 대학교육의 공급자로서 갖는 인식 변화였다. “대학도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흐름을 전체 구성원이 가져야 해요. 또 지금까지 대학본부에서 학생을 확보해 학과에 배정하는 것에서 본부 조직은 지원부서로, 일선 학과들을 중심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 뛰어야 합니다.” 김 총장은 대학 재정 운용에도 생산성(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기존 자원을 어떻게 배분 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했다. 그리고 예산을 기왕의 지원된 범위 내에서 보수 안정적으로 짜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단전입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학의 현실, 지방대이며 역사가 짧은 대학으로서 갖는 핸디캡 가령, 산학협동자금이나 발전기금 유치시 겪는 어려움을 포함해 대학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교수경쟁력이 곧 대학경쟁력
“현실적으로 우선 주 수입원인 신입생 확보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기업 기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들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연구가 많이 나와야 해요.” 김 총장은 독일의 뮌헨 공과대학 운영자금의 80%가 산학협동자금이라며, 우석대학교도 장기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를 위해 대학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학교발전계획에서 제시한 교수직원에 대한 급여 인상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또 교수경쟁력이 대학경쟁력인 만큼 적어도 신임 교수의 경우 국내 최고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일고 있는 CEO 총장론을 비롯 대학사회 시장원리 도입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피력했다. “대학은 기업과는 다른 가치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주택시장이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됩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대학은 시장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곳입니다. 대학 경영도 원만하고 안정된 상태로 흘러가야 합니다. 대학 구성원이 불안하게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김 총장은 우석대학교 내부 문제 즉, 학교와 학생간의 법정 공방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구성원 화합을 위해 부임해 제일 먼저 한 일이 학생들과 술자리라며 가슴으로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밝힐 것은 밝히고 원칙에 맞게 투명하게 대학을 운영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식구로 ‘지피지기’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야합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관점을 두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김 총장은 이와 함께 일부대학에서 빚고 있는 총장과 법인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이 대학에 가면 재정 인사 문제가 있다며, 부임하기 전에 확실히 약속을 받고 가라고 했다” 며, 그러나 기업경영을 한 사람으로서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에는 학교장이 인사 제청권을, 법인은 인사권을 가지도록 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법 정신을 존중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산당 정강정책도 운영의 묘를 살리면 민주주의 못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며 결국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첫 번째 전문경영인 출신 대학총장으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학교육을 우선 생각하고, 대학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 며 끝 인사를 대신했다. 김영석 총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위기에 빠진 대학을 과연 살려낼 수 있을까. 2시간 30분 동안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3시간여를 달려야 하는 서울 상행 길은 의외로 막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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