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식 금강대 총장 "고희에 인재양성 꿈 다시 불태워"
박봉식 금강대 총장 "고희에 인재양성 꿈 다시 불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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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석학으로 알려진 박봉식 박사가 ‘현실정치’라는 잠깐의 외도를 정리하고 다시 대학으로 복귀했다. 80년대와 90년대 각각 서울대와 부산외국어대에서 총장을 역임한 탁월한 대학 행정가로, 현 정권의 외무장관 등 수많은 외교관을 길러낸 유능한 교육자이자 학자인 그가 새로 문을 연 금강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1932년생으로 고희를 넘긴 박봉식 총장이 인재양성을 위해 마지막 삶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금강대를 찾았다. -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인가돼 올해 53명의 첫 입학생을 맞이한 금강대학교. 이 대학은 최근 전교생 장학금 지급과 기숙사 생활, 최첨단 교육시설 설비로 대학사회에 그 이름을 각인 시키고 있다. 금강대는 지리적으로 충청남도 논산시 상월면 대명리에 위치한다. 논산 TG에서 691번 지방도로를 20분쯤 달리다보면 계룡산을 병풍삼아 앉아있는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불교 경전 ‘금강경’을 거울삼아 이름진 금강대다. 신설대학인 탓에 대학 주변은 아직 논과 밭 사이로 드문드문 농가만이 있을 뿐, 유흥가 등 주위의 상권은 형성돼 있지 않다. 조용한 캠퍼스 길을 따라 대학본관 2층에 위치한 총장실에 들어서니, 박봉식 총장이 71세라는 나이를 의심케 할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었다.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 정열을 쏟아 부울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먼저 부임배경부터 물었다. “조계종 사찰인 통동사 신도회 회장을 했어요. 종파가 다르지만 사람을 찾다 서울대 등 대학 총장을 지낸 저를 선택한 것 같아요. 정년퇴직해서 관광이나 하는 나이인데, 그런 팔자는 아니나 봅니다. 부처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데로 인재육성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그의 말은 쉴 틈 없이 대학설립 취지 및 금강대의 최첨단 교육시설들에 대한 자랑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기독교 문명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지 않습니까. 이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금강대는 불교학문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불교중흥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인류가 살아있는 지혜와 방법을 교육하고 연구할 것입니다.” 인류미래의 대안으로 불교를 제시하고, 불교중흥을 위해 금강대를 세웠다고 설명하는 박봉식 총장. 그러나 그는 금강대가 불교대학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금강대가 운영하고 있는 전공학부는 불교문화학부, 통역학부, 사회과학부, 교양학부 등 4개 학부. 이중 불교문화학부 내 불교학 전공을 제외한 나머지 학부들은 불교와는 전혀 무관한 전공들이다. “스님을 양성하는 대학이 아닙니다. 학문으로 불교를 하자는 것이죠. 그것도 한개 학부에 한정돼 있습니다. 대학원은 몇 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영어 일어 중국어는 아시아 태평양 연안의 통용어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통역학부에서 이들 언어를 연구하고 교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학생수에 비례해 지나치게 많다. 이로 인해 대학입학정원역전현상으로 많은 대학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강대는 신설대학이라는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금강대 경쟁력 제고방안이 궁금했다. “일본에서는 대학을 패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러나 금강대는 자신 있습니다. 다른 대학은 ‘학생수=대학재정’ 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우선 학생수가 앞으로도 최대 700명을 넘지 않을 겁니다. 또 우리대학은 타 대학과는 달리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는 대학이에요. 학생들 기숙사비도 무료입니다. 우리는 소수정예를 목표로 운영하고 있어요. 지방에서 이런 모험적 시도는 아직 없었지요.” 박 총장은 올해 첫 입시에서 50%를 조금 넘는 입학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설립인가 1달 만에 달성한 것으로 만족할만한 수치라고 했다. 학생들 수준도 수능 2등급 이상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박 총장은 지난해와 달리 입학홍보 범위를 전국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했다. 외국학생유치도 활발히 추진, 최근 미국 유수 언론에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고. 그는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 컴퓨터를 시간외에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2, 3학년은 전공교육의 경우 영어강의로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적극 초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또 ‘교수경쟁력=대학경쟁력’이라며, 교수들에 대한 평가보다는 교수들이 자신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외국 언어 습득 기회 등을 많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강사 처우도 적극 개선, 현재 국내 최고 강사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금강대는 시강 강사료 외에 교통비를 따로 주고, 방학 때는 시간 강사료의 절반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박봉식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이 질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교육과정이 대학입시에 대한 준비과정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생 전부가 대학을 가려고 하고, 대학도 너무 많아 교수도 대학도 하향 평준화되고 있어요. 고교교육 평준화를 없애야 합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시장개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찬성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이 동아시아 금융의 중심역할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WTO 가입여부 관계없이 GNP 1만 불경제, 개방형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담만 쌓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제는 세계 시민시대입니다.” 박봉식 총장은 앞으로 집무 틈틈이 양서 번역과 과거의 삶의 공과를 논문 통해 알릴 계획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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