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총장에 취임한 이재규 대구대 총장. 그는 ‘기업경영 원리를 대학에 적용 못할 것’없다고 과감히 얘기한다. 대학 사회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기부금 유치’도 그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보수적인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그의 생각과 행동은 가히 ‘파격’에 가깝다. 본지 홍남석 발행인이 취임 직후 이재규 총장을 만났다.

- 파격적인 총장 취임식이 화제가 되었는데...

“취임식 때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지역 기업관계자들을 초청했다. 대신 정치인들은 모두 뺐다. 아마 대학홍보 관계자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대학 입장에서 교장선생님, 기업은 수요자들이다. 사회적 비중은 낮지만 우리한테는 반드시 필요한 분들이다. 그분들을 연단에 올리고 나니 집사람 앉을 자리도 없었다.(웃음)”

- 첫 출발부터 고객만족을 확실히 시킨 것 같다. CEO 총장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라도 먼저 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대라고 먼저 못할 이유는 없다.”

- 총장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2위를, 결선에서 1위를 했는데, 앞으로 대학 구성원 통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세계 어느 나라도 한쪽으로 휩쓸리면 전체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잘했다고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더라도 바꾸는 것이 민주사회다. 그래야 썩지 않는다. 몇 표로 이겼다고 해서 일하기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사회는 정당과 다르다. 가령, 반대쪽에 자리를 내주는 물리적인 화합은 성공할 수 없다. 나는 학교 발전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여기에 따라오면 내편이고 따라오지 못하면 내 편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나를 찍었다고 내편은 아니다. 잘못 가르치는 사람, 연구 안하는 사람은 내 편이 아니다. 대학에 기여하느냐 안하느냐가 문제다.”

- 대학운영에도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가.

“학교 격을 올리는, 기여하는 교수에게 집중 투자할 것이다. 기업에서 스타 제품이 있는 것처럼 우리 대학에도 스타 교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주요 몇몇 기업이 이끌어 나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면 뒤에 있는 교수들이 따라오던지 도태되던지 할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 지역은 지역적 불균형이 심화된 곳이다. 학교대비 학생수도 그렇다. 대구대는 어떤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지금 젊은이들의 평균 수명은 앞으로 90세가 될 것이다. 60세가 정년이라고 한다면 30년은 살아야 한다. 노후를 자기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대학은 이런 지식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 되고자 한다.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대학, 생태 대학,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문화를 배우는 대학, 당장 취직은 어렵겠지만 4년간 이런 자양분을 주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재학 중 운동하나, 과외 활동 하나씩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이점이 있을 것이다.”

- 노무현 정부는 지방대학 육성 의지를 가지고 있다. 총장께서 정책당국에 바램이 있다면.

“나는 중앙에서 지원도 간섭도 안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방에서 서울로 안가고 바로 세계로 갈 수 있다. 지금은 세계화 지방화 시대다. 대구 런던, 대구 뉴욕으로 가면 된다. 대구에서 서울을 거쳐 런던으로 갈 필요 없다. 밀라노하면 이탈리아 밀라노라고 말하지 않는다. 학생 자원이 적으면, 다른 곳에서 데려와 교육시켜 내보내면 된다. 세계로 내보내면 된다. 서울에서 지방을 불쌍히 여기는 것도 그만했으면 한다.”

- 대구지역에 그런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가.

“안될 때마다 서울에 손을 내미는데, 서울에서 안주면 외국에서 가져온다. 대구에 외국기업 이 하나도 없는 것은 그런 의존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대구 인구가 2백50만이다. 싱가폴이 3백만, 뉴질랜드가 4백만이다. 학생들 잘 키워서 대구에서 취직 시킬 것 없이 세계로 내보내면 된다. 정부에서 몇 천억을 가지고 대학을 지원한다는데, 모든 대학을 나눠주면 대학당 몇 억밖에 안된다. 그것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것을 모아 한 대학에 주면 살아남는다. 정부에서 죽을 곳도 살리니까 결국 다 죽는 것이다. 기업도 대학도 그렇다. ”

- 총장 말씀은 대단히 파격적이다. 시장논리에 충실하자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다. 상품도 흠집이 있으면 반품한다. 노동자도 어떤 의미에서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 학생들이 대구대에서 못 배우겠다고 하면 다른 대학에 편입하면 된다. 스텐포드, 버클리가 훌륭한 것은 지역주민이 우수해서 그렇다. 예일대 하버드대로 안보내고 이곳에 자녀들을 보냈다. 스텐포드대 버클리대 학생들이 뛰어나니까 외부에서 훌륭한 교수를 모셨다.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이 된 것이다. 서울대가 훌륭한 것은 학생들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차이 없다.”

-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이다. 대구대 발전을 위한 재정확보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은 발전 성장만을 생각한다. 통계를 보면 대구대 학생수는 1만 8천명으로 국내 대학중 20-30위권이다. 그러나 교수대 학생비율은 1백20위권이다. 나는 우리학교의 적정인원을 1만 명이라고 본다. 일부에서 2백억 들여 도서관을 짓자고 한다. 나는 경영 관점에서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교에는 유휴시설이 많다. 이런 공간을 활용하면 새롭게 시설을 따로 짓지 않아도 된다. 등록금 가지고 적재적소에 쓰면 된다. 대학은 기업과 다르다고 하는데, 학교를 기업처럼 운영 안 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 총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기부금 유치다. 지역대학으로서 쉽지 않을 텐데.

“어렵지 않다. 팔면 된다. 외국에서 도네이션은 상식화 돼 있다. 돈을 내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건물에 기부자 이름을 붙이면 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 몇 대 못 간다. 그러나 그 건물은 대대손손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 교수 직원들은 이것을 싫어한다.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내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바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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