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생 유치·발전기금 모집·R&D 연구 투자로 대학 나름의 자구책 필요”

“정부 기관의 협력·지자체의 지원·기업의 투자 통해 사립대 지속가능”
이해 필요한 사안 산적…대학 구성원·교육부 등 모인 대토론회 구상 중

▲ 지난 6일 신임 사총협 회장으로 선출된 김인철 회장이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생 수 감소, 등록금 동결, 입시 정책의 급작스런 변화 등 대학이 직면한 파고 속에서 한국의 사립대가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4월 초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하고, 사립대의 지속가능한 미래 교육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김 신임 회장은 오로지 대학의 ‘재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10년간 입법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온 교부금법을 입안하고, 수년간 동결돼온 등록금의 인상도 추진할 계획이다. 150여 개 사립대의 공통분모는 재정문제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날’보다는 ‘말’이 우선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대화가 매듭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김 회장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물론 각 대학과 대학의 구성원까지도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협의해나갈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외대 총장 연임에 성공한 김인철 회장의 뚝심이 이곳에서도 통할까. 지난 18일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해달라.
“중차대한 시기에 회장을 맡게 됐다. 사립대는 전국 대학의 4분의 3을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대학들이 모인 기관의 회장이라는 엄중한 직책을 맡게 됐다. 앞으로 사총협 회원 대학 간 복잡한 입장을 꿰고 엮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사립대가 처한 다양한 현안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특히 재정 확보에 성심을 다하겠다. 교육부나 대교협과도 허심탄회하게 최대한 협의하고, 협력해 어려움을 이겨 나가려고 한다.”

- 얼마 전 사총협 총회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약 3조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당장 일시적인 재정 지원이 아니라 항구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재정 문제는 대학이 할 일이 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줘야 할 일이 있으며, 기업이 할 일이 있다. 우선 대학의 혁신이 필요하다. 흔히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하지만 기업 운영 등의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마다 수익 사업을 할 방안을 다 가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적극적인 유치도 필요하다. 한국학 등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 오고 싶어 하는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R&D 개발을 위한 예산의 확충도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 다음은 대학의 발전기금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모든 요소를 합하면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을 낮출 수 있다. 그게 대학이 해야 할 일이다.”

- 대학 외적으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이 모든 것을 ‘기업가적 대학 운영’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실현할 대학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부와 비대학기관의 외부 지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재계가 문제를 제대로 봐야 한다. 한국의 사립대는 지방의 균형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을 보면 지방 발전의 중심에 대학이 있다. 대학이 위축되거나 역량이 약화되면 국제경쟁력이 취약해지고, 그럼 지역 발전도 침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지역 선도대학을 육성할 책임이 있다.”

-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재정지원이 대학의 자율성을 규제하게 된다. 정부의 지원 사업 형태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교육부에서 사업별 재정지원을 줄이고 몇 개의 광역화 된 형태로 구성해 실제 대학 재정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항목별로 재정지원을 했다면 이제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해 광역화된 일반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대학 재정지원 방향이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본다. 여태까지의 재정지원 사업은 항목에 따른 대학의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 사업을 실행하는 데 항상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많았다. 이런 재정사업은 학생의 교육과 연구자에게는 도움이 됐지만 대학의 재정 여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 1990년대 대학설립준칙을 통해 갑작스럽게 대학이 늘고, 학생도 증가했지만 바로 직후 세계경제의 어려움으로 정부의 지원은 끊겨버렸다. 정부가 이런 면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사총협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많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 정원이 줄어드는 것을 모두 걱정하고 있지만, 외국의 대학 시설이나 교원 숫자 등을 비교하면 정원 감소가 오히려 정상 상태로 가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 대학은 대학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재계에서도 함께 노력해서 재정난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150여 개의 사립대가 있지만 대학마다 사정이 각각 다르다. 몇 개의 대학은 지금의 시스템에 만족하는가 하면, 지방대는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의견 통합이 어려울 것 같다.
“대학의 분류를 크게 4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도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인재 양성을 위해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방의 인재를 키워야 할 지방 선도대학이다. 세 번째는 중소규모의 대학 중에서도 창립 취지가 분명한 특화 대학이다. 네 번째는 건전하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대학이다. 이들을 하나의 궤로 엮기 어렵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만 이들의 공통분모는 역시 재정이라 할 수 있다. 재정이 출발이자 답이다.”

- 해외의 많은 대학들은 기부금 모집이 활발하다. 일류대학일수록 동문과 그 학부모들까지 졸업 후에도 기부금을 자발적으로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궤적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다.
“해외 대학도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는 주요 대학은 동창생 역할이 크지만 대학별 편차가 크다. 한국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다만 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한국의 동문과 학부모 재정지원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해외 대학들은 기업이 1대1로 투자를 대학도 많다. 일례로 델라웨어 대학은 듀퐁 기업이 대학에 1년 예산을 쏟아붓는다. 이런 방식으로 기업이 1대1로, 어렵다면 한 기업이 몇 개의 대학에 자율적으로 지원을 하면 기부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 지방 소규모 대학에서는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해외 유학생 유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한국외대 총장으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우선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한국어나 한국학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세계에서는 이제 유대인을 대체할 정도로 코리아 웨이브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에서 지방대도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예술, 한국역사 등 한국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받아야 한다. 한국외대는 인문, 사회과학, 이공 분야 등 한정 짓지 않고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는 이렇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 대학의 등록금이 계속해서 동결되고 있는데 사총협 입장에서 이 부분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 있나.
“현재 규정상으로 보면 지난 3년 동안 물가 인상 평균의 1.5배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상 등록금을 동결해와서 앞으로 정부와 대화할 때 법령 허용의 범위 내 인상이 가능하도록 대화를 해볼 계획이다. 그렇게만 돼도 대학의 숨통이 트일 수 있으리라 본다.

- 사총협 회장으로서 교육부와 대면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입장을 가지고 교육부를 대하겠나.
“교육부와 대교협과도 아주 긴밀하게 모든 사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얼마 전 재정에 관한 결의문을 발표했지만 교육부, 대교협과 상의하고 나아가 국회, 정당, 각 대학의 학생회, 대학노조, 학부모 모임, 교협 기관들의 대표자들과 일종의 대토론회 열고 싶다. 서로 이해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사립대가 나아가야 할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지난 16일 교육부는 대입제도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부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아래에서 위로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부와 대교협 등 책임 있는 기관들의 전문가적 시각도 마련돼야 한다. 이 두 가지 채널이 동시에 가동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 회장의 임기가 2년이다. 2년이란 시간은 중요한 일을 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짧은 것 같다.
“이것저것 손을 대기 보다는 하나의 어젠다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10년간 입법 발의와 폐기를 오간 교부금법, 일본 사립대 진흥법에 견준 사립대학특례법 등이 대표적이다. 특례법은 국공립대와 유사하게 경상비 지원 마련해보자는 취지다. 우선 이 두 가지를 재입안하는 것이 목표다. 또 등록금 규정상 허용된 평균 물가 인상률의 1.5배를 인상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결국 재정 문제를 통해 여러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나.
“사립대 역할은 국가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의 균형발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가지 기능을 제대로 하기에 어려운 여건이다. 결과적으로 이 취지를 감당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기본역량 평가에서 대학들이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훼손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이 많은 상황에서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 더 불편을 겪게 되면 평가의 취지도 훼손될 것이다. 가급적 대학들을 포용하고 현재 60%까지 선정하는 자율개선대학을 70%까지 확대하면 대학들에 많은 격려가 되지 않을까.”

- ‘대학발전이 국가발전’이란 슬로건을 가진 본지가 올해로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본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발전이 국가발전이란 슬로건은 사총협과도 취지가 같다. 대학 신문의 창간 취지가 완벽하게 실천되기를 바란다. 사총협뿐만 아니라 대교협과도 협업해서 대학의 진단을 제대로 하고, 지적받을 것은 제대로 받게 해달라. 대학의 개선안을 논의하면서 공동의 담론의 장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 김인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이 한국외대 총장실에서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김인철 사총협 회장은…
1980년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를,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1988년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돼 한국외대 기획조정처장, 대외부총장, 사이버한국외대 총장 등을 지냈다. 2014년 제10대 한국외대 총장에 선임된 뒤 2018년 연임 돼 제11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지난 4월 6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에 선임됐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정리 = 이지희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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