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세 경남대 극동연 소장  ‘한반도 과학기술‧ICT 포럼’ 기조연설

2012~2015년 148편…외부와 단절돼 재생산 어려워
“서독도 동독에 연구 인력 교류…통일 사전 대비해야”

▲ 19일 포럼이 열린 과천과학관에서는 북한의 과학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북한과학도서 특별전이 개최됐다. 전시된 북한의 수학·과학 교과서 일부.(사진=김정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과학계도 남북 공동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인도적인 목적의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은 물론, 상호협력을 통해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연구개발(R&D) 분야를 제언하는 학술포럼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과총)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김대희)은 18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한반도 과학기술‧ICT 포럼’을 열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전 통일부 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해 이질감 완화는 물론,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변화의 길로 들어서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우선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며 “과거와 분명히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정일 체제이던 지난 1998년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단번 도약’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는 2012년 ‘새 세기 산업혁명’을 제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지식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자본을 투자해 평양 여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위성과학자거리를 건설하고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육성하고 있다. 북한이 지정한 22개 경제개발특구에는 평양 ‘은정첨단기술개발구’를 포함시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최근 발표한 ‘북한 과학자의 국제학술논문(SCI) 분석연구’에 따르면, 논문 발표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북한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SCI급 학술지 90종에 논문 112편을 발표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112종 SCI 학술지에 논문 148편을 실었다. 2015년에만 65편이 발표됐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18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한반도 과학기술‧ICT 포럼’을 열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명자 과총 회장(다섯번째),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여섯번째) 등 참석자들.(사진=과기정통부)

하지만 이관세 소장은 “외부와의 기술교류가 활발하지 못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단절된 상태에서의 과학기술 발전은 확대‧재생산될 수 없으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북한과 보건복지 연구협력을 수행했던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의과대학 교수)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임상 실험을 진행한 논문을 살펴보니, 산소를 싫어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인체에 펌프질을 해서 산소를 집어넣더라”며 “한국 같으면 국내 학술지 통과도 못할 방법이 북한서는 여전히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체실험을 진행하는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실험 윤리도 아직 미흡하며, 과학적 연구방법론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신희영 부총장은 “북한의 2500만 인구는 한국으로 따지면 의료 급여 대상자”라며 “우리 의료보험 예산으로 다 커버할 수 없는 만큼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독도 동독과 통일 수년 전 협정을 맺어 의료진 교류를 시작했다”며 약을 가져다주는 정도가 아닌 실질적인 공동 R&D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림 생태계 복원에서부터 한반도 프리미엄 창출까지’, 남한길 EBS 글로벌사업부 PD가 ‘남북 방송·디지털 콘텐츠 교류협력 방안’을 제언했다.

▲ 한반도 공동 번영을 위한 과학기술 협력을 주제로 열린 '한반도 과학기술‧ICT 포럼'(장소: 국립과천과학관 창조홀)에서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축사했다.(사진=과기정통부)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본격화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총은 민간 차원에서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고자 1991년부터 ‘남북과학기술학술대회’와 ‘남북과학기술조사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민간기관 최초로 2006년과 2007년에 평양에서 남북과학기술학술토론회를 각각 개최한 바 있다.

과총은 “지난 3월 남북협력 경험이 있는 과학기술계 대표기관들이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추진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으며, 그 내용을 토대로 과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함께 ‘남북민간과학기술협의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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