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흥 (안동대학교 유럽문화관광과 3학년)

점심시간에 대학로 한가운데 있는 컵밥 가게에 들렀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주문한 볶음밥이 컵에 담겨 나왔다. 볶음밥을 담은 종이 사발부터, 사발을 덮은 플라스틱 뚜껑,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까지. 밥 한번 먹는데 딸려 나오는 식구가 많다. 모두 일회용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 수준(98.2kg)이며 하루에 버려지는 종이컵은 약 7000만 개라고 한다.

실상이 이러니 쓰레기 대란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쓰레기 대란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조치다. 중국정부는 자국민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른 연쇄작용으로 쓰레기 값이 폭락했고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수익이 되지 않는 쓰레기 수거를 거부함에 따라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늦게나마 환경부가 수거업체들을 설득하며 급한 불은 껐다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판단과 환경부의 해결 여부에 왈가왈부하기 전에, 애초에 쓰레기를 줄이면 대란도 일어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우리대학 캠퍼스로 시선을 돌려보자. 앞서 언급했듯 밥 한 끼 먹는 데에도 일회용품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따라온다. 캠퍼스 주변 모든 가게가 같은 식이다.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또 한 번 대란이 닥쳤을 때 쓰레기 수거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대란을 넘어 재난이다.

겉보기에는 마냥 청정구역으로 보이는 캠퍼스 내부도 자세히 살펴보면 도처에 일회용품이 널려있다. 학내 쓰레기통만 봐도 심각성은 잘 드러난다. 학내 쓰레기통에는 음식 포장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동아리 방이 밀집한 학생회관 건물 내 쓰레기통은 밤이면 배달음식 쓰레기로 넘칠 지경이다. 이미 쓰레기통이 넘쳐 옆으로 쓰레기 탑이 쌓이기도 한다. 그나마 재활용을 하려면 내용물을 비우고 세척해야 하지만 될 턱이 없다. 먹고 버리기 바쁘다. 물론 남은 음식물을 그대로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상이 이러니 생활 쓰레기를 가져와 학내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으면 양반이다.

카페에서 개인 컵을 사용하면 할인해준다고 수없이 떠들어도 머그컵을 들고 오는 이는 드물다.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지 유상판매를 실시하고 있지만 마트와 편의점에서 나오는 사람들 손에는 비닐봉지가 걸려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모여 쓰레기통이 넘치고 캠퍼스를 병들게 한다. 밥 한번 먹어도 쓰레기가 처치곤란인데 7000명이 넘는 학교 구성원들이 ‘나 하나쯤이야.’ 생각한다고 상상하면 아찔하다.

우리가 살아가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능한 만큼 줄이는 게 최선이다. 다다익선의 미학을 아무리 가져다대도 쓰레기는 소소익선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규제나 정책을 논하기 전, 캠퍼스 내에서라도 우리의 소비습관과 인식을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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