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을 기준으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대면평가가 끝났다. 철야근무와 모의면접까지 불사했던 대학가는 큰 산을 하나 넘었다며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했다. 대면평가와 지표 결과값을 통해 자율개선대학과 하위그룹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면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하위그룹에서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면 말 그대로 재정지원 제한뿐만 아니라 정원까지 감축해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지표 몇 가지가 수정되고 정원감축 목표치를 당초 5만 명에서 2만 명 이내로 줄였다는 것 외에 큰 차이점은 없다. 이마저도 정원 감축치는 이미 대학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것을 고려하면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대학을 평가함에 있어 평가를 받는 주체인 대학의 의견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일부 지표를 기준으로 정부가 대학의 정원감축을 강제하는 시스템은 여전하고 형식이 비슷한 대학기관평가인증과 연계도 끝내 무산됐다.

애초에 법적 근거도 없는 이 평가가 대학가의 신뢰마저 잃는다면 평가 취지를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보이콧’을 언급했고 대학노조를 중심으로 한 교직원들은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하며 파행으로 이끌었다.

지표가 확정되고 1차 평가까지 받은 현시점에서 대학가의 바람은 60%로 정해진 자율개선대학의 확대다. 진단의 취지가 좋은 대학을 육성하자는 것인데 오히려 진단을 통해 40%의 대학을 나쁜 대학이라고 낙인 찍는 기능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구조개혁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을 바꾼 취지에 부합하려면 교육부의 진단을 통해 자율개선대학의 비율이 늘어나는 게 맞다.

이미 확정된 60%의 자율개선대학은 현실적으로 수정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방법은 있다. 하위그룹 중 역량강화대학을 자율개선대학처럼 지원하는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참석한 UCN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역량강화대학 중 일부 대학에 일반재정지원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40%의 하위그룹 중 10%만 이 혜택을 받아도 70%의 대학이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2차 평가를 통해 비율을 더 확대하거나 정원감축 제외 같은 진일보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법적 근거 없는 무리한 평가를 대학들이 따라가는 이유는 단순히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부실대학을 걸러내고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하자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 감축이라는 철퇴가 아니라 지원이라는 마중물이 폭넓게 주어진다면 대학들은 철퇴를 피하고자 지표 맞추기에 급급한 행위에서 벗어나 대학의 특성에 맞춰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개혁에 나설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로 대학 기본역량 진단 통해 자율개선대학이 1개 대학이라도 더 많아지는 게 옳다.

김인철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신임 회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역량 평가에서 대학들이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훼손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급적 대학들을 포용하고 현재 60%까지 선정하는 자율개선대학을 70%까지 확대하면 대학들에 많은 격려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의 과오를 답습하지 말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준비하는 대학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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