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범 지음 《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며칠 전 6개월 이상 장기 백수가 15만명을 돌파하며 18년만에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20대 청년층의 사망원인 1위도 자살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정신과 의사가 쓴 《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은 청년을 발목 잡고 있는 이 두 가지, 실업과 자살 문제를 가진 청년을 통해 심리를 치료하는 책이다.

책에는 3년 넘게 구직 생활하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청년은 잘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지면서 한강 다리 위에서 삶을 마감하려다 문득 난간에 붙은 한 상담소 광고지를 보고 잠시 죽음을 보류했다.

청년이 찾아간 곳은 생각-감정-행동 3가지를 통해 심리치료하는 곳이다.

첫 번째로 간 ‘생각연구소’에서는 청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직시하게 한다. 청년은 그저 자신이 백수라 희망이 없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보니 더더욱 암울한 현실이라 판단하고 이를 죽음으로 연결하려 했다.

하지만 소장은 취직을 100번이나 실패했다고 해서 이를 희망이 없다고 하기에는 논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소장은 청년의 생각을 감정적으로 풀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청년은 비록 논리로만 세상을 살 수 없다고 소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적어도 새겨볼 만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단계로 간다.

두 번째 마주한 곳은 ‘감정수련원’이다. 감정수련원에서는 우리가 어제 저녁 메뉴는 뭔지 기억하지만 막상 구직에 실패했을 때, 죽으려고 했을 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기억하지 못함을 지적하며 청년의 감정을 자꾸 끄집어내려 했다.

청년의 감정을 물어보는 소장에게 청년은 감정을 기억해내지 못했고 또는 표현하기를 부끄러워 했다. 하지만 소장은 그런 감정들이 아주 정당하고 털어내도 문제없다고 토닥였다. 그러자 청년은 당시의 거북했던 마음, 눈물이 흐르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세 번째 장소로 향했다.

세 번째 장소는 ‘행동체육관’이다. 건장한 체격의 소장은 모든 것의 수치화를 권했다. 심지어 소개팅 장소에 나오는 상대방에 대해서도 외모와 건강, 재력, 인성을 점수로 매기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소장은 청년에게 현재 힘든 정도를 0점부터 10점까지 매기라 하자 청년은 곧장 9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청년을 데리고 냅다 달리기를 시킨다. 숨이 차오르게 달린 청년에게 또 한 번 현재의 힘든 정도를 물어보니 청년은 6점이라 이야기한다. 청년은 왜 점수가 떨어졌는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소장은 측정하기 어렵더라도 점수가 떨어졌으면 그만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행동 즉 온전한 식사, 신체 활동과 운동, 충분한 수면과 햇빛, 친구들과의 교류, 근육이완과 복식 호흡, 웃는 얼굴과 활기찬 몸짓 등 이 정도 행동이면 이유는 없어도 마음이 바뀐다고 알려준다.

청년의 이야기는 비록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환자들을 치료해 온 방식이다. 저자는 생각-감정-행동을 통해 자신을 통찰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과 환자들, 청년들이 이 세 가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저자 홍순범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 과정,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인턴일기》,《만능양육》이 있다. (글항아리/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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