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차별 의도 없었어…재심사 위해 협의 중”

지적장애 직원 업무 무관한 문서작성 평가
대학 측, 국가인권위 지적 받고서 폐지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 발언도 나와
인권위 “부정적 인식 반영 가능성 높아”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무기계약직 심사에서 탈락한 장애인 직원 3명에 대한 재심사를 대학에 요구했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심사기준을 사용했다고도 보기 어려운데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을 언급하는 등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심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UNIST 측은 해당 직원들에 대한 전환심사 과정에서 “차별 의도는 여태까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나 “인권위 결정에 따라 재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국가인권위와 UNIST 등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을 지난 5일 UNIST에 보내 이 같이 권고했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전환심사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사 기준을 다시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심사할 것을 요구했다.

UNIST에 따르면, 지체장애 6급, 5급, 지적장애 3급의 이들 계약직 직원 3명은 지난해 8월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에서 불합격했다. 이들 모두 2015년 8월경 채용돼 2년간 근무했다. 이들은 심사 직후 그 방식과 결과가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 국가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해 왔다.

국가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UNIST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1단계 근무평가 과정에서 장애인 직원을 위한 별도의 근무평가를 실시했다. 비장애인 직원에게는 기존의 근무평가 자료를 그대로 적용했다. 기존 근무평가와 이들에 대한 전환심사 평가 항목은 동일하게 △직무수행능력 △업적 △태도로 이뤄져 있다.

진정을 낸 이들 중 2명은 지난해 1월 같은 내용의 근무평가에서 합격점 이상을 받아 계약을 갱신한 바 있다. 평가 결과 기존 근무평가에 비해 점수가 크게 하락했다.

또 평소 문서작성 업무를 하지 않던 지적장애 직원 A씨에게는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문서작성 평가를 실시했다. 문서작성 평가 결과는 2단계 실무면접 심사 자료로 활용됐다. 그 결과 장애인 직원 3명은 최종 심사에서 모두 부적격 평가를 받아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직원 B씨는 UNIST 직원 D씨로부터 “무기계약직이 되는 사람들은 업무를 많이 하지도 않는데, 직급도 같고 다 똑같아지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팀장회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선생님 같은 사람이 무기계약이 되면 역차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국가인권위에 진술했다.

▲ UNIST 전경.

UNIST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무기계약직 평가가 “선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UNIST는 장애인 직원 채용시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계획을 지난해 6월 마련하고, 2016년 이후 채용된 이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장애인 직원 3명은 2015년에 채용, 계약 만료 대상자여서 정기평가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또 “심사 시 장애인 직원의 장애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으며, A씨의 문서작성 평가는 심사 과정에서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국가인권위에 소명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직원 D씨도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의 처우에 대한 발언이었으나, 발언이 왜곡됐다”며 “A씨에게도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채용 시 조건을 걸어놓지 않았더라도 별개의 직위로 보아 비장애인과 다른 평가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근로기준법과 판례에 맞지 않는다며 “시혜적 조치였음을 강조하는 주장은 입법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자사 2명에 대한) 근무평가가 동일 항목, 동일 평가자임에도 점수가 큰 폭으로 차이난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를 대상으로 이뤄진 문서작성 평가에 대해서도 “업무특성이나 장애유형에 대한 고려 없이 실시된 것”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간접차별’로 봤다.

B씨가 D씨로부터 들은 발언에 대해서도 “대학 구성원들이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비장애인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심사에서 부정적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UNIST가 개교 이래 장애인을 단 한 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대학 측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실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비판하며 재심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UNIST 측은 “학교는 이번 진정과 무관하게, 2015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며 어떠한 차별의 의도가 없다.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재직 중인 장애인 직원들에 대한 평가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재심사 결정이 내려진 직원 3명에 대해서는 “지난 19일에 재심사를 진행하고자 연락했으나, 일자가 맞지 않아 이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적장애자에 대한 문서평가를 없애는 등 국가인권위의 지적에 따라 전환심사 기준을 고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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